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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통일대박’이라고 외치다가 ‘북한은 자멸할 것’이라고 말이 바뀌더니 급기야 북한 주민을 향해 “언제든 오라”는 대통령의 발언.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정책은 갈지자 연속이었고 언론과 국민에게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많다.

전문가들은 이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부 결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남아있기를 기대했다.

이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일대박’이 등장한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과 대외비인 대통령 동선, 일본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등 외교·안보 관련 문서가 사전에 민간인에 넘어갔음이 드러났다. 그간 설명되지 않았던 외교·안보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의문은 ‘최순실씨 국정농단’이라는 정답을 얻은 모양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이 터져 나온 지 일주일째인 31일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는 ‘흔들림 없는’ 정책 운영을 강조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 “주요 외교·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해내 갈 것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누가 ‘흔들리는 외교’를 자초했는가.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최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이 누군가의 “주술적 예언에 현혹돼 남북 정책이나 외교 정책을 펼쳤다면 심각하다”는 비판이 야당 원내대표로부터 흘러나오는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외교 선봉에 선 대통령이 특정인의 ‘꼭두각시’로 인식되고 샤머니즘, 사이비 종교집단이라는 표현이 외신에 등장하는 상황은 무엇 때문인가.

북핵,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파문 등 시급한 현안이라고 대통령이 수없이 언급해 온 문제들을 다시 돌아보며 국민은 ‘흔들리는 대통령’과 ‘흔들리는 외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지선 | 정치부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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