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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19일, 이명박 후보가 소위 ‘7·4·7’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후보의 전과가 한둘이 아니었고,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혐의도 많았지만, 주권자는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몰염치한 구호에 기꺼이 표를 던졌다. 다음 대선을 얼마 앞두고는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선거개입 사건까지 터졌지만 2012년 12월19일, 독재의 상징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수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유지하자,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거칠 것 없이 국가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2014년 2월26일, 정부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국가가 더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없으니 민간의 자본을 활용하겠다며 공공임대리츠라는 해괴한 정책을 내놓았다. 국가가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고, 공공임대주택을 자본의 이익창출에 활용하겠다는 욕심의 실현이었다. 그 이익은 당연히 저소득층인 입주자가 부담하는 임대료와 정부의 공공재원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1월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행정부와 입법부를 다그쳤다. 그로부터 한 달 만인 12월29일, 결국 ‘부동산 3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었다.

주택법이 개정되어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개정되어 주택재건축사업 조합원이 다수의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주택을 세 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재건축사업 시행 시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를 3년간 유예하였다.

2015년 8월28일, 임대주택법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 망가트리기가 절정에 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주거기본법(2015년 6월22일 제정), 주택법(2015년 6월22일부터 8월28일 일부·타법 개정), 공공주택특별법(2015년 8월28일 일부개정), 택지개발촉진법(2015년 6월22일 타법개정), 공동주택관리법(2015년 8월11일 제정) 등이 동시다발로 개정되거나 제정되었는데, 주요 목적은 ‘기업형임대주택’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업형’이라는 수사는 경제발전에 민감한 국민에게 정책의 비합리성을 감추기 위한 술수였다. 기업형임대 정책은 민간자본이 돈을 벌기 위해 건설하는 임대주택에 거의 아무런 조건 없이 공공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공무원과 사업자가 마음만 맞으면 특정 지역을 촉진지구로 묶어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당시 여당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공공성을 기꺼이 희생시킬 수 있었다. 사회 기득권의 지지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세력이기 때문에 자본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무서운 점은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이 야당의 별다른 비판과 견제 없이 국회를 거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당시 야당은 주거정책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심각한 정책에 동의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기업형임대의 정책기조는 임대료를 주변시세보다 조금 낮게 제한하는 수준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보유세와 같은 정책의 도입에는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기업형임대를 도입했던 국토부의 실무자들이 이 정부에서도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정책수립의 책임자였던 사람은 영전하여 정부의 주택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다고도 한다. 그가 최근에 어떤 회의석상에서 기업형임대정책을 맹렬하게 비판해온 연구자를 만났는데, 살짝 미소 띤 얼굴로 한 말이 “살살 합시다”였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그냥 유언비어이거나 ‘가짜뉴스’이면 좋겠다.

<강세진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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