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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전몰 경찰의 유가족임을 확인한 뒤 며칠 후 가정을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두 명의 경찰관이 찾아와 경찰의 날을 맞이해 경찰청장이 전몰 경찰의 유가족에게 전하는 선물을 가져왔다고 했다. 국가에서 이처럼 배려와 위로를 해주니 참으로 고맙고, 내가 태어나기 전에 전사하신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희생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경찰관은 잠깐 차 한 잔 하시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바쁘니 바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에 선물을 전해주는 모습을 사진 찍어야 한다며 함께 포즈를 취하자고 권유했다. 과거에도 이런 선물을 받은 적이 있으나 함께 사진을 찍은 기억은 없다. 한 분은 나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포즈를 취하고 다른 한 분은 사진을 2장 찍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이유는 이 선물이 배달사고 없이 확실히 유족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보고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 말씀을 듣고 상급 경찰 기관이 하위의 경찰을 믿지 못하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이와 같은 단편적인 사례 하나로 전체 경찰 내부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직 경찰관이 경찰의 날을 맞아 전몰 경찰의 유가족에게 선물을 전해주면서 꼭 사진을 찍어서 보고해야 한다는 현실이 필자에게는 안타까웠다. 구성원 간에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가정이나 조직 혹은 그 사회는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하부의 경찰관이 사진을 찍어 선물이 전달되었다는 것을 상부에 확인 보고한다는 것은 분명히 조직 내 낮은 신뢰도의 한 단면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에는 내부적으로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위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부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한 부하들은 왜 상급자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자문해 볼 필요는 없을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할 경찰이 구성원 간에 상호 높은 수준의 신뢰가 없다면 과연 국민들은 경찰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한국의 경찰 조직의 내부는 불신으로 차있는 게 아닐까? (출처 : 경향DB)


경찰의 신뢰에 관해 최근에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건이 있다. 검찰의 지시에 따라 경찰청은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해외주재관에게 조선족 중국인 피의자의 현지 국가 공무원 여부를 확인하라고 하달했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해외주재관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엉터리 보고를 했다. 그리고 본청도 엉터리 보고서를 확인도 않고 그대로 검찰에 보고해, 결국 그 보고를 근거로 검찰은 제기된 사건을 종결시켰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에 관해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경찰청은 엉터리로 보고한 주재원의 입장을 변명하거나 두둔할 뿐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리어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는 회신을 보내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민원인의 입장을 고려하기는커녕, 내부 구성원의 잘못이나 실수를 덮어두려는 처사에 국민은 얼마나 경찰을 신뢰할 수 있을까?

내부 구성원 상호간에 신뢰하지 못하는 경찰,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부 구성원의 잘못만을 감싸는 경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거나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경찰에 대해 누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김동환 | 고려대 경영정보대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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