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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이다. 일상에 무뎌진 감각 때문인지 언뜻 스쳐보는 세상 풍경은 예년의 가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무섭도록 변한다. 다시 오는 가을이란 없다 하겠다. 늘 새로운 가을이 있을 뿐이다. 그런 만큼 가을을 맞아 우리들 삶을 새롭게 살펴보는 여유와 사색이 필요하다.

가을은 여유롭게 물들어가는 계절이다. 나 홀로 독야청청 하는 것도 좋으나 타인과 더불어 여유롭게 물드는 사람이, 더불어 물들려는 삶이 더 뜻도 멋도 있다 하겠다. 가을은 익으면서 비워가는 계절이다. 나무가 그렇듯 가을을 사는 우리도 한 해의 삶을 여유롭게 수확하면서 어떻게 살아 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 다시 생각하는 사색과 고독의 시간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여행도 독서도 좋은 길이나 필자는 가을에 한 장의 편지를 써 보기를 권한다. 낙엽이 나무가 전하는 글이라면 사람에게는 편지가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하기는 하나 마음 깊이 다가오는 느낌이 적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소통홍수의 시대에 소통부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기본적으로 미분의 세계이고 머리의 공간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셜미디어에 비해 편지는 적분의 세계이고 가슴의 공간이다. 편지는 나와 너의 모든 인연을 훑으며 쓰고 지우고 또 써내려 간다. 편지는 보내는 사람의 가슴을 거쳐 쓰여지고, 받는 사람의 가슴을 거쳐 읽힌다.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마셜 맥루한의 말마따나 편지에서는 보내는 사람의 떨림과 받는 사람의 울림을 촉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편지는 ‘소셜미디어’와는 결코 차원이 다른 질감의 ‘솔미디어’라 하겠다. 이 점에서 편지는 디지털 SNS 시대에도 결코 낡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소통방식이라 하겠다.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5천만 편지쓰기 국민소통문화 대축제’에서 시민들이 벽면에 내걸린 편지지에 쓰인 글을 읽고 있다. _ 연합뉴스


가을을 맞아 우체국은 우리 사회와 더 가까이 물들고 싶고, 깊은 고독과 진실함의 시간을 마련해 드리고 싶다. 우체국의 미션은 단순한 배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통 증진에 있다. 하여 가을을 맞아 우체국에서 ‘편지! 소통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2014 Soul Korea 5000만 편지쓰기’(10월20일~11월8일) 운동을 펼치고 있다. 5000만 편지쓰기 운동에는 누구나 편지를 쓰고 편지봉투에 사랑의 하트(♥)를 새겨, 우표를 붙여 보내면 참여할 수 있다.

소통은 마음과 마음이 닿을 때 가능하고, 소통에서 사랑이 움튼다. 편지는 사랑의 씨앗이다. 행사기간만이라도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 그리운 사람, 아니 섭섭하고 미웠던 사람에게도 사랑의 하트가 새겨진 편지 한 통을 가을바람에 실어 보내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란다.


김병수 |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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