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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규 | SR코리아 대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1년여 만에 도쿄를 거쳐 후쿠시마를 다녀오게 되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도 하고, 후쿠시마에서 300㎞ 떨어진 도쿄 시민들의 삶의 모습도 궁금해서다.
방사능은 다른 오염원과는 달리 아주 객관적으로 오염도를 잴 수 있다. 측정 결과 당초 도쿄가 조금 높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서울과 도쿄 시내 거리의 방사능은 0.10~0.15μ㏜(마이크로시버트) 정도로 환경 방사능 수치는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지고 간 방사능 계측기가 가리키는 수치는 후쿠시마로 다가갈수록 점점 높아졌다. 후쿠시마역을 100㎞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0.25μ㏜ 수준으로 올라가더니 역에 도착했을 때는 0.40~0.45μ㏜ 수준으로 높아졌다. 후쿠시마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북서쪽으로 80㎞ 떨어진 곳이니 사고 지역으로 갈수록 방사능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역 주변은 여느 때와 같이 시민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역 주변을 돌면서 방사능이 높은 지역(Hot Spot)을 몇 곳 조사해 보았는데, 가로수 밑과 화단 구석 등에서 6.5μ㏜에 달하는 위험 지역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환경방사능에 의한 외부피폭보다 입과 코로 들어오는 내부피폭이 훨씬 위험하다고 말한다. 방사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을 흡입했을 때 호흡기나 소화기 계통에 닿게 되면 100만배 이상의 피폭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원전사고 피해 모의실험 결과발표 ㅣ 출처:경향DB
오랜 기간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원전사고와 방사능 오염은 불가항력이었을까?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 이곳인데 여기를 두고 어디로 갈 수 있었을까? 매일 먹고 마셔온 물과 야채와 쌀이 여기서 난 것인데 오염이 되었다 한들 어떻게 무엇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불안과 공포와 걱정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난 1년여 동안 후쿠시마 사람들의 눈물이 흐르고 흐르다 이제 눈물샘마저 말라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계 순환으로 보면 방사성물질은 이제 넓은 지역에 대기를 통해 확산되어, 토양에 스며들고 식물을 통해 먹이사슬로 옮아가고 있을 것이다. 일부는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면서 어류, 조류 등으로 생체 농축과정을 거치고 있을 것이다. 멀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에서 잡힌 참다랑어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며칠 전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일본은 현재 안전 점검을 명목으로 54기 원전을 모두 중지시켰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적 토론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원전 전력 공급 제로인 상태에서도 일본이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은 에너지 정책은 국민들의 동의 아래 잘 설계하고 디자인하면 여러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원전 20기가 가동 중인 우리나라 현실로 돌아와 보니, 아직도 핵드라이브 정책에 목을 매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미래세대에 후쿠시마의 눈물을 다시 흘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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