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조동욱 | 충북도립대 교수·전자통신


오는 6월1일자로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별 취업률 통계 조사가 발표될 것이다. 전국 모든 대학이 이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다.

각 대학의 취업률은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 평가에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다보니 대학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결과 온갖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전체 졸업생의 8% 이상을 교내에 취업시킨 경우도 있고, 일부 교수들은 할당된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졸업생들을 지인 업체 직원으로 등록하는 유령 직원까지 만들고 있다.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대졸자 취업대책 회의'에 참석한 전국 대학 총장들 ㅣ 출처:경향DB

취업률 제고와 관련된 업무가 대부분 교수들에게 떠넘겨진다. 교수들은 연구업적평가와 강의평가, 산학협력, 연구비 수혜 실적, 봉사 실적, 장학금 모금 등 이중 삼중 사중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모 대학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수들이 스승으로 인정받는 것은 고사하고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갑과 을의 관계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믿고 싶지 않고 슬픈 일이지만 이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오늘날 대학은 취업률, 기업 맞춤형 인재양성의 요람이 된 지 오래다. 학생들에게 대학은 더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니다. 다만 ‘취업의 전당’에 불과할 뿐이다.

대학까지 나온 제자들을 백수가 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교수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뛰는 것은 행복한 의무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교수들이 뛴다고 취업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어림없는 일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대졸자 취업률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모든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부의 태도는 ‘나(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돈을 가지고 있다. 너희(대학)는 대졸자 취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라. 그래서 취업률이 높은 대학은 살려줄 것이고 낮은 대학은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교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의무는 없는가? 경제를 살리고 기업에 더 많은 일자리를 독려하는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을 대학과 교수들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는 게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