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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철 | 디지털뉴스팀장


예상은 빗나갔다. 당락과 판세뿐만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4·11 총선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SNS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트위터 등 SNS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게 당초 예상이었다. SNS 주 이용층인 20~30대의 목소리가 모이면, 투표율을 높이는 등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기억도 한몫했을 것이다. SNS 공간에서 주요 의제가 먼저 확산된 결과를 지켜본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점쳤을 터다. 당시 선거 직후에는 ‘판세를 가르고, 정치를 접수한 SNS’가 화두였다. 패배한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디지털 소통을 중시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 19대 총선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왔다. 우선 투표율 54.3%는 2008년 18대 때(46.1%)보다 높았지만 2004년 17대 때(60.6%)보다는 낮았다. 물론 2004년에는 SNS가 없었다. 당초 ‘여소야대’ 예상과 다른 ‘여당 과반’이라는 결과도 SNS가 선거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낳게 했다.


그러면 이번 총선에서 SNS는 ‘찻잔 속 태풍의 눈’에 불과했던 것일까. 시중에 떠다니는, ‘믿거나 말거나’ 또는 ‘아니면 말고’식의 얘기가 두서없이 퍼져나간 것뿐일까. SNS의 영향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쪽에서는 그렇게 단정할지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SNS ‘무용론’이나 ‘폐해론’까지 꺼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SNS의 본질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그런 식의 단정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의 SNS를 통해 독자들이 보내 온 ‘투표하는 이유’ (경향신문DB)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나온 “서울·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SNS 투표 독려 등이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은 일차적으로 납득할 만하다. 현재 SNS 이용자 중 서울·경기·인천 거주자가 60% 이상이라는 수치로 보면 그렇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의견도 현재 SNS 이용자 성향으로 미뤄보면 짐작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몇몇 부분적인 사례를 들어 SNS 자체를 ‘거품’이나 ‘그들만의 리그’로 깎아내리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총선 직후, ‘20대 투표율 27%’ ‘타워팰리스 투표율 78%’ 등 거짓 정보가 SNS에 나돈 것을 두고서 SNS가 허위사실의 온상인 것처럼 단정한 보도가 잇따랐다. 주요 SNS 이용자들을 일컬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고 민심을 오판한, SNS 세계에만 빠져 있는 우물안 개구리’라고 지적하는 비난도 쏟아졌다. SNS의 본질은 ‘소통’이다. SNS는 커다란 시장통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오가며 이말저말 떠드는 것으로 보면 된다. 걔중에는 큼지막한 확성기를 늘 입에 대고 있는 이도 있고, 귓속말로 조용조용 일상사를 나누는 이도 있다. 또 나쁜 사람들이 퍼뜨리는 헛소문도 돌고, 안줏거리마냥 남들 씹는 험담도 흘러다닌다. 사람마다 제각각 가려 듣든지, 휩쓸리든지 할 것이다.


헛소문이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얘기도 그 안에서 나온다. 참말을 찾아 전하는 이가 나타나고, ‘뻥쟁이’ 장사꾼 앞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다. 거를 것 걸러가면서, 그 안에서 끊임없이 소통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행여 나쁜 말 나돈다 해서 시장통을 아예 우범지대나 특별구역으로 간주하는 건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SNS는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서로 수평한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투표하자’ 메시지가 우세하자 외면하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집단적으로 막 오가고…, SNS에 오르내리는 것에 피로도가 좀 있어 투표 안 했다”고 밝힌 유명 가수의 얘기를 참고할 만하다. 또 SNS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무용론자’들의 주장을 통해 되새길 수 있다. SNS의 ‘위력’은 오히려 그들이 더 절감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선거에서 SNS는 어떻게 될까. 연말 대선이 바로 다음이다. SNS 영향력 여부는 지금부터 논의되고 있다. 분명한 점은, 굵직한 선거를 겪어본 SNS가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의 진화를 이루며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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