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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에서 폐지나 빈병을 주워 생계를 꾸리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3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2%로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정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폐지 줍는 노인들이 더 많아질지 모른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쓰레기 재활용을 생활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재활용 정거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동별로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공터나 공영주차장, 놀이터 같은 장소에 재활용 정거장을 마련해 재활용품 배출장소로 지정하고, 별도로 관리인을 두어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방식이다. 관리인은 지역에서 폐지 수거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이 맡는다.

현재 단독주택이나 원룸이 밀집한 주택가에서는 재활용품이 구분 없이 배출돼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활용 정거장 사업은 재활용품 수거와 선별 비용을 22% 절감하고, 폐지 줍기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재활용 정거장 사업으로 약 1만3000명의 폐지 수거 노인들이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찾아다니는 대신 정거장에서 수거해 더 쉽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는다고 한다.올해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재활용 폐자원을 수집하는 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줄었다. 공제율이 낮아지는 만큼 고물상들의 입장에서는 폐지를 사들이는 가격을 깎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폐지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고 거리에서 싸우는 일도 잦아졌다고 한다. 세수를 더 확보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노인들의 생활을 힘들게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를 넓히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주로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손수레로 폐자원을 수집하다보니 인도가 아닌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형광조끼를 지원한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사회안전망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먼저 최소한의 생존권을 마련하는 일이 이뤄져야 한다.

폐지를 모은 수레를 끌고 걸어가는 노인 (출처 : 경향DB)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일도 이제는 하나의 녹색일자리가 됐다. 국민행복을 완성하는 고품위 환경복지가 이뤄지려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녹색일자리를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올해부터 폐자원 회수·선별 업체에 재활용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지원금이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이 지원금의 규모를 점차 늘려 재활용 가능자원의 회수율을 높이고,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윤승준 |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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