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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마氏
사람의 키가 작아진 왕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둠의 성채에서 버섯처럼 차분한 살을 가진 여자와
깊은 구멍을 파기 시작했어
구멍의 끝에서 불꽃을 터뜨리고 최후의 버섯을 캤단다
마리슈퍼, 구멍 뚫린 마리오의 버섯
주인공이 변신하는 동안의 불문율을 지키러
사람들은 천장이 높은 마트로마트로간다간다간다간다
왕국 사람들의 키는 자꾸만 낡아 간단다
지금이다
어두운 구멍에서 쏘아 올린 버섯들을 봐라
잘생긴 마트가 사정하는 빛 사이로
굴욕보다 단단한 습지를 딛고 진열된
쌓인 먼지를 끌어안고 스스로 열을 내는
봉지 과자와 하우스 밀감과 물렁해진 껌들의
하이퍼바이오닉크리스탈에너지
그것을 감싸는 일수 대금과 명함판 대출 광고의
방어력증강붐붐매트릭스파워업
히어로를 향한 마리오의 변신은
- ‘슈퍼 마氏’ 부분, 서효인(1981~)
△ ‘슈퍼마리오’라는 게임이 있다. 악당 쿠파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기 위해 멜빵바지를 입은 이탈리아의 배관공 마리오가 동생 루이지와 겪는 여정을 게임으로 제작한 것이다. 서효인의 상상력은 아마 마리오 캐릭터가 배관공이라는 데서 착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스토리상 배관공이라는 직업 때문에 비밀스럽고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경로를 하수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서효인은 마리오의 그런 직업을 노동자, 서민 계급이 겪는 어떤 곤욕으로 그린다. 시의 설정도 이채롭다. 슈퍼를 경영하는 마氏의 아들은 마리오이고, 마氏는 골목 상권까지 위협하는 대형마트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대출 광고에 자주 눈이 가고, 슈퍼의 물품들은 먼지를 머금고 물렁해진다. ‘버섯’(=자본)을 제 힘으로 마련할 수 없는 슈퍼 주인은 제 아들을 결국에 또 노동자로 키울 것이고, 그렇게 가난은 대물림될 것이다. 이것이 소인국에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이다. 과연 소년 마리오는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시인은 돌파구가 없는 영세한 삶을 게임 속 정황과 교차시켜 이토록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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