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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도봉구에서 손자와 둘이 사는 이순자 할머니가 학교에서 보내온 온라인개학 안내 문자를 보며 “온라인 클래스가 뭔지,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역사상 최초의 온라인개학이 다가왔다. 아직 개학 전이지만 이미 학교마다 여러 방법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예상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혼돈이다.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 없어 현재의 온라인개학은 사용 가능한 모든 포털 사이트에서 내 준 한 칸 교실을 요령껏 잡아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좌충우돌이다. 학생은 물론이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마저 학습터에 입장하지 못하는가 하면 교사의 학습 영상과 자료가 사라지는 상황도 생긴다. 학부모에게 전달되는 공지와 안내도 백지에 가깝다. 겨우 안내받은 시간표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똑같은 시간표에 형식만 온라인수업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6, 7교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하루 종일 스마트기기만 마주하고 앉아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답답하다. 수업시수를 줄이고 강의와 과제 제출 등 여러 형식을 섞은 시간표는 불가능했던 걸까 싶지만 짧은 시간 안에 온라인수업을 준비해야 했던 교사들 입장에서는 이만큼도 버거운 일이었겠다. 

그래서 아쉬운 건 교육부의 늑장 대처다. 온라인개학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준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불과 그 며칠 전에 온라인기기 현황을 조사하는 설문을 받은지라 믿기 어렵다. 지금 교육부가 말하는 원격수업에 대한 여러 일정과 계획도 어느 정도 즉흥적이고 일정부분 상황 모면적일 거라 의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온라인개학을 찬성한다. 뒤늦게 바이러스가 상륙한 미국은 시스템이라는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혼돈에 빠졌는데, 그 와중에도 교육부의 대처 능력만큼은 눈에 띄었다. 스쿨버스를 이용하여 취약계층 아동들이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학교를 통제하는 대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반면 그때까지도 우리나라는 ‘개학 연기’와 ‘수업일수 조정’ ‘수능 연기’가 교육 대처의 거의 전부였다. 그마저도 2주마다 연장, 심지어 정책 설문도 아닌 찬반 설문으로 결과를 정하는 무책임을 보였다. 교육 공백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어떤 안도 듣기 어려워서 답답했다. 이제 온라인으로나마 문을 열었으니 교육 문제에도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싶다. 

무엇보다도 온라인개학이 모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가 있고, 원격수업이 불가능한 여러 계층의 학생들에 대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스마트기기는 이미 학교에서 대여가 가능하고, 데이터 사용에 대한 지원도 발표되었다. 어리거나 여타한 이유로 혼자 원격수업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돌봄이 필요하다. 이들을 양육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지원하는 것도 재난소득 이상의 대책이 될 터이다. 어쨌거나 기간 동안 가정 내에서 교육 지원이 이루어지는 만큼 학부모들에게도 과정에 대한 정확한 공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고, 여러 해결안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다양한 교육 소외의 문제가 쏟아지는 것도, 어쨌거나 교육부가 교육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형식으로나마 교육이 재개되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교육 사각지대가 발생하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에 놀라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부디 대책을 마련하고 개선해나가길 바란다. 공교육이 교육에 대해 어떤 순간에서도 책임과 의무를 가질 때 교육 바깥의 교육 불평등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예측 불가한 재난 상황에서 평등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현재의 혼란은 그래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지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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