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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대부분을 술값으로 쓰는 한 남자가 집안 어른들 권유에 맞선 보고 하기 싫은 결혼을 했는데 새 신부가 ‘앞으로는 술값을 줄이고 삼겹살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시부모님 용돈도 드리자’고 한다면 그 새신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1. 맘에 안든다며 집에 안 들어온다. 
2. 협의하여 조정한다 
3. 이혼등 기타. 

짐작하다시피  집안어른은 6.2 지방선거 서울 유권자이고 새 신랑 오시장, 새 신부는 서울시의회이다. 

이 질문에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시장은 1번 답을 택했다. 공생을 하는 큰 정치보다 파행의 작은 정치를 택한 것이다. 

천만 시민의 선거결과에 따라 서로 원치 않았지만 집행부와 의회로 만나게 되었고 공동책임을 지게 됐다. 그런데 최근 조례안제정을 둘러싸고 오시장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의회와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12월 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과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문석 기자



‘이번에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니 서울시 예산만 절감해도 무상급식이 가능한데 망국이라니?  

대한민국은 고스톱해서 딴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반만년 무수한 역경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이룩한 나라인데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나?  
이렇게 오시장은 유력 대권후보로서 해서는 안될 말, 건너서는 안될 강을 건넌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발언은 향후 모든 선출직 선거에서 오시장의 발목을 잡아챌 것이다. 
국회에서 맘에 맞지 않는 입법이 되었다고 청와대가 국무를 거부하는 일도 없고 국무총리가 국회출석을 거부하는 일도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무상급식 하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다.
 
2011년 서울시 예산은 20조 6000억원이다. 이중 인건비등 경상 사업비를 빼면 14조원이 남는다. 서울시 초등학생 급식에 드는 돈은 700억원으로서 서울시 전체 사업 예산중 0.5%이다. 
오시장은 2011년 사업예산중 시책사업인 '3무 학교(사교육, 학습준비물, 학교폭력 없는 학교)'에는 전체 사업비의 1%인 1445억원을 편성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시의 의붓자식이 아니다. 지방자치법상 서울시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항을 전담하기 위한 법적 기관이다. 
서울시민들은 무상 급식제공을 주장한 곽노현 교육감을 선출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급식 지원하느라 교육시설비 예산이 모자라면 예산지원을 해야지 교육시설비 줄였다고 오시장이 비난하는 것은 책임호도인 것이다. 
솔로몬의 재판처럼 애는 하나인데 서로 위하는 방법이 다르다. 선거에서 무상 급식공약을 내세운 서울시내 21명의 구청장이 주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기초단체들은 돈이 없다. 광역인 서울시가 기초단체로 사업이관하면서 사업예산은 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는 부자이나 기초단체는 가난한 실정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7월 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의 소리 U-신문고 비전 선포식’에서 함께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 서울시 행정감사를 통해 서울시정을 곰곰이 살펴보니 서울시는 2010년 홍보비로만 800여억원을 지출했다. 
오시장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경기장에 흐르는 광고에 ‘Hi Seoul’ 서울 홍보를 경기 전광판에 단 수십초 흐르게 하는 조건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이런 홍보방식과 지출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것이나 매년 7조원의 흑자를 내는 글로벌 기업 인 삼성도 맨유는 광고비가 비싸서 광고를 포기하고 꺼린다고 하는데 9조 빚더미에 올라앉은 적자 Seoul 이 홍보하기 위해 큰돈을 불사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의원들이 과도한 홍보비 지적을 하자 내년에는 50%를 삭감해 400여억 원을 쓴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의회 파행으로 시정질의를 절반 밖에 마치지 못했으나 앞으로도 답답한 시민속을 시원하게 긁어줄 예리한 시정 질문이 많이 남아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 시의원은 질문지도 사전에 배부하지 않았을터이니 의원당 40분씩 일문일답 답변대에선 오시장으로서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정치가는 시련속에서 성장하는것이니 오시장은 한 가족같았던 과거 서울시 의회의 달콤한 추억과 밀월을 잊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주식회사도 아니고 서울시민은 그의 고객도 아니다. 의회와 집행부는 서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 단체장은 선거 후 1년이 지나야 법적으로 주민소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오시장이 이 모든 것을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면 서로 원치 않는 일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현명한 천만 서울 유권자가 하리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변화가 빠른 나라이다. 오시장은 오늘 이 순간은 ‘무상급식은 반짝지지,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한국의 저력이면 유럽을 능가하는 복지국가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지원비는 오시장 개인 돈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낸 세금이다. 우리는 우리 세금을 딴 것 아닌 우리 애들의 점심밥으로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내 자식 공짜 밥을 먹이겠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낸 세금을 가든 파이브, 연말 보도블럭 교체로 돌려받지 않고 내 아이, 우리 아이들 점심 밥값으로 돌려 받겠다는 것이다. 결국 ‘무상급식’은 무상급식이 아니고 정당한 시민의 권리인 것이다. 
정릉천 산책길이나 북한산둘레길, 치매노인 재가복지도 결국 내가 낸 세금 내 가족이 돌려받는 것 아니던가? 이렇게 세금은 한번 내면 영영 실종되는 것이 아니라 내는 즉시 존재감을 가지고 우리의 그늘진 곳과 가야할 길을 비춰주는, 예산이 곧 정책인 시대가 된 것이다. 

오시장은 시의회 파행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시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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