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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의원이 웹사이트(http://www.mssong.or.kr/)에 "북한의 무력도발시 우리 공군이 전투기로 북측을 폭격하는 방안은 미국의 승인 내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의원은 우리 땅에 포격한 북한 정권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현실 가능하고 준비된 자위권'을 정부에 주문했습니다. 전문을 옮겨옵니다.

북한, 이대로 둬야 하나? 

북한 정권은 주민을 굶기고 탄압하면서 세습독재를 감행하다 못해, 이제는 우리 땅에 포격하여 군인과 민간인까지 살상하였다. 이대로 둘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정밀타격’ 위주의 자위권 발동을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11월 23일 오후3시 F-15K 전폭기는 적의 공격원점을 폭격할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도발 후, 서해에서 한·미 연합훈련 외에는 한 일이 없다. 국민들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무도한 북한정권으로부터 정부가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자존심을 지킬 태세가 되어 있는지 묻고 있다. 
 
항모전단 조지 워싱턴은 떠났다. 일년내내 한반도 해역에 배치해 둘 수도 없다. 사후조치의 하나인 서해지역 사격훈련도 북한에게 또 다른 도발구실을 줄까봐 연평도 일대에서는 실행치 못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이후에도 엄포 놓았던 확성기 방송과 삐라살포를 실시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북한의 조준공격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폐허가 된 연평도 / 경향신문 사진부 http://photo.khan.kr


 
북한은 인구와 국부의 절반이 집중된 우리의 수도권을 인질로 잡고 있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북한의 장사정포, 미사일, 핵무기의 위협 하에 살아야 하나? 중국이 받치고 있어 북한은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설사 무너진다 해도 지금 우리의 외교안보역량으로는 우리 품으로 안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자위권, 준비는 하고 주장하나?
 
우리 정부와 언론들이 지금 다분히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면서 안보를 다지려하고 있다. 감성적 안보 호소로 나라의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지피지기의 자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그리고 주변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가 이야기하는 자위권 차원의 단호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F-15K 등 전폭기나 미사일을 이용한 정밀폭격은 단순히 기계적으로만 생각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2차공격을 제압할 태세가 되어있지 않다면 이는 불섶에 기름을 들고 뛰어드는 행동과 같다. 
 
북한이 두려워할만한 사전 억지력을 갖추어 도발을 예방하고, 그럼에도 도발해올 시 압도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태세를 확보했을 때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 자위권의 핵심은 법적인 ‘권리’ 문제 이전에 실제 ‘능력’의 문제이다. 


 
 
단독군사작전능력은 있는가?
 
정밀 보복타격을 실행하려면 북한의 대공미사일, 장사정포, 미사일, 핵무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에스칼레이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육·해·공군이 통합작전능력을 갖고 전면전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한반도와 같은 좁은 전장에서 전면전 대비 없이 제한적 국지전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그간 우리 군은 자체적인 육·해·공 통합작전능력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갖추고 한국 합참이 지난 수년간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금년 6월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 결정함에 따라 올해부터 다시 연합사 주도로 돌아갔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우리의 능력을 후퇴시킨 것이다.



 
자기 군대를 지휘통제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군대는 적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 그것이 자위권 행사이건 방어적 공격이건 힘이 실리지 않는다. 
 
 
법적·제도적 권한 및 국제정치상황은 어떠한가? 
 
둘째, 법적·제도적 권한도 없고, 국제정치적 환경도 문제이다. 정부는 교전규칙이 아닌 자위권을 통해 보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전면전 각오를 위해서는 방어준비태세(전쟁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을 현재 4단계에서 3단계, 2단계로 올려야 한다.
 
데프콘을 3단계로 올리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령관(미 합참-국방부-백악관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 때는 작전지휘통제권을 연합사령관이 갖게 된다.
 
연평도 피폭 직후, 그리고 향후 대응을 두고 우리 공군이 단독으로 폭격할 수 있는가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다. 그러나 한반도 공중정보 및 지휘체계를 통제하고 있는 미국의 승인 내지 협조 없는 폭격은 비현실적이다. 
그것은 한·미간에 짜놓은 신호체계의 빨간불을 무단으로 돌파하는 것이고, 그 뒤의 사고와 혼란은 감당키 어렵다. 
 
또한 국제정치 상황을 보더라도 미국이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면전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인가?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간 등 중동에서도 힘든 마당에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 수렁에 빠지려 하지 않는다. 확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F-15K 폭격을 미국이 원치 않는다는 것은 간단한 이치다.
 
8일 미국 합참의장 방한으로 양국 군사당국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협의했다고 한다. 한국의 자위권 행사가 타당함을 확인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하면서 한.미동맹의 단호한 의지를 밝히는 것은 적절한 조치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미국은 우리측에게 북한에 대한 도발 구실제공을 자제할 것과 한반도에서의 확전방지를 위한 절제도 종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마땅치 않다.
 
미국은 과거 1976년 북한이 미군장교 2명을 살해한 8.18 도끼만행에 대한 대응으로서 미루나무 한 그루를 절단하는 데에도 데프콘을 2단계까지 올리고 항모전단과 원폭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를 동원해 전면전 각오를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북한이 계산된 제한적 도발을 저질러올 경우, 미국이 이전과 같이 전면전을 각오할 군사력을 동원해 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대통령이 수차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미국이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6.25 전쟁이후 우리 영토가 포격당한 초유의 사태에서도 전쟁준비태세인 “데프콘”이 아니라 우리 군의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데 그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작전권 전환 연기의 실익은 무엇이었나?
 
우리 군은 이미 상당 부분 북한을 제압할 군사력을 키워왔다. 북한 전역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지속 개발해 왔다. 
이러한 압도적인 군비를 바탕으로 비상시에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높을 때 비로소 북한도 도발의욕이 꺾일 것이다.  도발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의 과시가 필요한 것이다. 
 
일부에서의 걱정처럼 우리가 전작권을 갖는다고 미군이 떠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한국에 계속 주둔하면서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미국 국가이익에 부합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고식적인 안보의식 때문에 우리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계속 연기하는 것이 우리 군은 무기력하게 만들고, 거꾸로 북한은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 때문에 우리가 작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핵 사용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의 해상 및 공중배치 핵무기 능력을 통한 억지태세를 갖추고 있다. 핵 사용은 확실한 자살행위임을 북측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한국내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은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 Free World)?을 주장하는 미국이 수용하기도 어렵고, 북핵 폐기를 요구하는 우리의 도덕적, 논리적 우위를 저해할 뿐 아니라, 현실적 가능성도 없다. 그런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실제 안보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찾아야 한다.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 전환계획은 한국군의 “주도적 작전지휘통제”와 미국의 “지원적 역할수행” 개념에 입각하고 있다. 한·미 양측은 이것이 바로 한·미동맹을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맞게 강화 발전시키는 기초임을 강조해 왔다. 2006년 한·미간 집중협의 당시 미국측은 한국군의 기존 능력과 연습경험에 비추어 아무리 늦어도 2012년이면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전환 연기의 문제점은 강하게 제기되었지만 이미 이명박-오바마 정부는 2015년 말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지금의 합의라도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군당국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 양상에 비추어 볼 때 하루라도 더 앞당겨야 할 것이다. 
 
 
작전권, 평시와 전시 구분 가능한가? 
 
일부에서는 전시작전권을 연합사에 맡기고 우리는 평시작전권으로 만족하면 된다는 주장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연평도 피폭은 평시인가, 전시인가? 작전권은 본래 그 성격상 평시·전시 구분이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 한국에서 작전권의 전·평시 구분은 군사적 이유가 아니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그 배경이다. 정치적 이유로 편의상 구분한 것이다. 
 
당시 신군부는 전방의 20사단을 동원하여 후방의 광주지역 진압에 투입하였다. 전투부대의 이동을 포함한 지휘권을 갖고 있던 주한미군사령관이 최소한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작전권 문제가 반미감정의 초점이 되었다. 
미국은 한국 국내 정치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작전권을 전시와 평시로 억지로 구분하여 평시 작통권만 우선 우리에게 넘겼던 것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측은 평시에도 위기관리, 작전계획수립, 지휘통제시스템 상호운용 등 작전지휘통제에 필수적인 6개 분야를 연합권한위임사항(Combined Delegated Authority, CODA)이라는 형식으로 연합사령관에게 다시 위임하였다. 즉 쿠데타 등 국내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부분은 한국측에 책임을 넘기되, 전시와 평시를 통틀어 작전통제권의 핵심은 여전히 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강한 군대 되어야 
 
군은 스스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연습을 통해 보완·발전시키면서 훈련을 반복할 때 명실상부한 강한 군대가 된다. 그래야 자위권도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우리 군은 1988년 “8.18계획”에 따라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면서 작전권 전환준비를 해 왔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실제 훈련을 착실히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적 이유로 금년 6월 작전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국방부는 전환연기 발표시 “한·미 양국군이 전작권 전환을 충실하게 준비해왔으며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편으로 “양국 지도자간의 정치적 결단”에 따랐다고 밝혔다. 연기 이유가 정치적인 것임을 스스로 시사한 것이다. 
 
미군이 주로 만든 계획에 따라 부분적 훈련만 하고 있으면 우리 군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다듬는 야무진 군대로 발전하기 어렵다. 우리 군 내부가 아닌 바깥, 특히 예비역장교들이 주로 80년대 이전의 상황에 젖어있다. 한국군은 미군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의존심이 이들에게는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포는 위험 자체보다 크다”는 말이 있다. 자기 군을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데 대한 공포에 싸여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바로 그 공포 때문에 행동이 아닌 외침만 나오고 있지 않은가. 
 
국가 지도자는 국가안보의 개념과 국방태세의 실상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작금의 안보혼란 원인을 정신력 해이에서 찾고 있다.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군은 스스로 지휘통제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충만할 때 비로소 정신력도 강해질 것이다. 미국이 다 해줄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도발을 사전에 억지·예방하고, 사후에 격퇴시킬 태세 없이 말로만 단호한 대응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모습은 종이칼 휘두르는 것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북한은 미국이 전면전 참여 명분을 찾지 못할 만큼의 계산된 도발을 또 해올 것이다. 그 때도 “추가도발하면 응징한다”는 말로 맞설 것인가. 
 
평화는 말이 아닌 행동에 기초한다. 단단한 군사력과 이를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권한과 능력은 전쟁을 예방하는 장치이다. 이는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종국적 통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는 대통령의 희망적 발언으로 불안한 안보를 눈가림할 수는 없다. 국민은 정부를 미덥지 못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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