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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전국언론노조KBS본부 사무처장
어제 전국언론노조KBS본부(새노조)의 <추적60분:4대강편> 방송보류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 중 KBS 정치외교부가 작성한 정보보고의 일부가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직자들은 정보보고는 통상적인 수행활동이고 공개되서는 안되는 것이 언론계의 상식이며 이는 불문율이어서 이러한 공개는 만행이라고까지 합니다.
이와 유사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킨바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 약 25만건의 공개입니다.
미국의 재외공관들이 해당국의 주요인사들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그 내용을 주요 정보보고로 문서화하여 본국에 송부했던 것이 공개된 것입니다. 통상 비밀주의가 관행으로 인정되는 외교안보 현안이 통째로 다 알려졌으니, 관련자들은 참으로 곤혹스럽고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불과 채 1달도 되지 않은 11월 29일 전문이 공개된 이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발빠르게 자국 관련 이슈들을 보도했고 KBS 역시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문건을 직접 인용하고 수십차례 관련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특히 문건공개 다음날인 11월 30일 9시뉴스(http://news.kbs.co.kr/world/2010/11/29/2201743.html)에서는 지난 2월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미 캠벨 차관보의 대화내용을 실명으로 언급하며 2009년 가을부터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한 것에 대해 방송하였습니다.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서의 공개여부를 두고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와 공개자간의 입장 차이는 매우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KBS보도본부의 입장은 매우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문건 공개 4일 뒤인 12월 3일 KBS의 뉴스(http://news.kbs.co.kr/special/digital/newscomm/2010/12/03/2203897.html)는 해설을 통해 “당사자인 미국이 한결 같이 폭로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반성하는 빛은 안 보인다”는 방송을 한 것입니다. 뉴스해설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과 관련국이 그렇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 모습에선 외교안보나 국가이익과 관련해서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식의 일방통행식 불감증이 느껴져 섬뜩합니다.
공직에서 일하면서 정보를 독점할 경우 쉽게 빠지게 되는 오류같은 거 말이지요. 소통이 없고 외부 감시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 중략 ... 그러나 그런만큼 정책결정 관련자들이 대중을 의식하는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현안과 관련한 언행이나 결정 등이 언젠가 공개되더라도 대중의 이해를 구하고 납득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못해서 실패한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 중략 ... 이런 점에서 최근 위키리크스 공개로 드러난 공직자들의 가벼운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 많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라고 믿고 털어놨는데 상대방은 전부 다 문서로 보고하는 게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리 중요한 국가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더 이상 정보의 독점이나 비밀주의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위키리크스 폭로는 던져주고 있습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지요."
보도본부가 뉴스로 방송한 내용과 어제 연이어 게시한 보도본부 주요 보직자들의 입장은 왜 현격한 차이가 있을까요? 어떤 것이 우리 KBS 뉴스를 이끌어 가는 철학인가요? 남의 문제는 반성해야 하고 우리 문제는 만행으로 규정해야 하는 것인지요?
새노조가 공개한 내용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무 1비서관이 나옵니다. 추적60분에 대한 분위기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보도에서 스스로를 일개 비서관이라고 스스로를 칭하신 그 분은 사실 고위공무원일 뿐만 아니라 여당 관련 정무를 담당하는 비서관으로 대통령께 보고되는 상당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분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관련하여 불과 이틀 전에 발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13일 롯데마트가 시중가의 3분의 1인 5천원에 팔아온 ‘통큰치킨’의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선언을 한 것 입니다. 사업 적절성 여부와는 별개로 사업진출 7일만에 해당기업이 관련 사업을 접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롯데의 치킨사업 진출에 대한 견해를 짤막하게 적은데 대해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 문자메시지를 정수석에게 보내고 “조만간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후 사업을 포기한 것 입니다(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30278&sc=naver&kind=menu_code&keys=2).
뭐 외압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롯데마트는 왜 부랴부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일까요? 왜 관련 사업을 접은 것일까요?
정보보고의 공개여부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추적60분 방송보류 이후 새노조의 첫 공방위는 외압여부보다는 방송보류에 대한 유감표명, 해당 프로그램의 조속한 방송, 재발방지를 위한 제작 책임자에 대한 최소한의 경고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회사측은 최소한의 조치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연 무리한 요청일까요? 매우 이례적으로 방송 당일 시청자에게 예고까지 나간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사전고지도 없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음에도 권한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부 임원진들의 입장은 우선 내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 방송사고에도 엄중한 문책여부가 제기되는 실무 방송제작자나 엔지니어와의 공평에도 맞지 않으며, 무엇보다 권한내에서는 시청자와의 어떤 약속도 무시될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적 60분의 방송보류 여부를 두고 정말 외압이 없었길 바랍니다. 또한 그 결정이 자기검열의 일환이 아니었기 바랍니다. 이런 오해가 불식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프로그램을 바로 방송하는 것입니다.
또한 어떻게 사전에 큐시트도 방송도 보지 않은 관련 책임자가 정보보고가 있었던 12월 3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도 모른 채 방송심의규정 조항을 근거로 보류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보다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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