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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교육과학기술부가 간판을 내린 것은 출범 후 불과 5년 만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일본의 저력을 ‘문부과학성’에서 찾았지만, 정작 이를 본떠 만든 교육과학기술부가 오히려 과학기술 홀대 논란만 야기하면서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정부의 의지로 강행됐다. “교육과 과학을 처음부터 한데 묶고 접목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었다. 초대 장관도 교육계 출신이 아닌 뼛속까지 공학자인 김도연 서울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과학강국으로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출발은 야심찼지만 과학기술인들의 우려는 기우로 끝나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부랴부랴 서울로 이삿짐을 꾸린 과학기술부는 광화문 정부청사에 일찌감치 자리 잡은 교육부에 더부살이하듯 짐을 풀었고, 과학기술부 인사들은 융합의 구색을 맞추는 수준으로 조직 내 여기저기 배치됐다 임기 내내 겉돌았다. 과학기술인 출신 장관의 임기는 불과 다섯 달에 그쳤다. 이후 남은 4년 내리 교육전문가가 교육과학기술부를 통솔했다. 과학자 출신 장관이 떠나면서 이임사에 “과학자들을 우대해달라”는 당부까지 남길 정도였으니, 당시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어땠을지는 말해 무엇할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번에는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합치는 정부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다.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은 새 정부 출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통과의례다.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새 술’을 위한 ‘새 부대’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문득 궁금한 것은 새 정부가 그리는 미래에 필요한 조직이 진짜 새 부대가 맞는지다. 당장 인수위 안팎과 당선인 주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시즌1의 주역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앞선 교육과학기술부 시즌1에 대한 대개의 평가는 인색하다. 한국행정개혁학회가 최근 개최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과 운영과제’ 세미나에서는 “현재 회자되는 교육과학기술부 모델은 이미 과거에 융합에 실패했던 모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교육·과학이 아니라 과학·교육 순서라는 풍문 정도다. 대선 과정에서 교육부 폐지를 주장했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과학에 방점을 찍고 강한 드라이브를 주문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한 프로그램의 시즌2가 획기적인 혁신 없이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최근 정부들의 미래 구상들이 모두 5년짜리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나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두 백년대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며 내세운 비장의 무기들이었다. 하지만 그 수명은 달랑 5년에 그쳤다. 그 5년마다 공무원들은 간판을 새로 달고, 이삿짐을 싸고,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윤석열 정부의 결말은 과연 이들과 달라질 수 있을까.
이호준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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