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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통계청이 새로운 인구추계를 발표하면 그 자료를 이용하여 학생 수를 예측하고 새로운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해 왔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추계는 실제 출생아 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 2018년 4월 발표한 교원수급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교육부는 2019년 통계청 특별추계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교원수급계획은 통상 10년의 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2020년 교원수급 계획은 2021년까지 한시적인 계획으로 2024년까지의 예측자료만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교원수급체계인 ‘K교육 선도형’도 새롭게 만들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교원수급정책의 목표로 삼아왔던 ‘교사 1인당 학생 수 OECD 평균’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통계청이 인구추계를 2년마다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에 2021년 12월에 새로운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할 것도 알고 있었다. 교육부는 2021년 12월에 다시 한번 2022년 6월까지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설명자료를 배부한 적도 있다. 불과 6개월 전 이야기이다.

교원수급계획 발표 시한 하루를 앞둔 6월29일 교육부는 아무런 향후 일정에 관한 발표 없이 돌연 1년 연기를 선언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가 중요했던 이유는 2021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추계에 의하면 10년 뒤인 2032년에는 초등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기의 표면적 이유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은 주로 중·고등학교의 일부 교사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학생 수 감소를 당장 겪게 되는 초등학교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교육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협의체는 6월 초부터 구성하여 논의하고 있었다고 한다. 학생 수 감소로 교대의 정원 감축이 필연적이기에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의 학령인구 추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끝나는 2027년까지 초등학생 수는 2022년에 비해 약 68만명이 줄어든다. 집권 5년 동안 25%의 초등생이 줄어드는 것이다.

교육부가 교원수급계획을 1년간 연기한 진짜 이유는 이 골치 아픈 문제를 국가교육위원회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7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주요 사무 중에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 교원정책, 대학입학정책,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 및 여건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이 법률에 정해져 있다. 학생 수 감소와 임용대란, 과원교사와 같이 골치 아픈 문제를 국가교육위원회에 떠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1년 동안 발표연기로 국가교육위원회는 당장 2023년 약 10만명 감소, 2024년 약 12만명 감소, 총 22만명 초등학생 감소에 대한 대책을 내년 6월까지 수립해야 한다.

신생 국가교육위원회에 모든 일을 떠넘기고 교육부는 팔짱 끼고 구경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다양한 과원교사 해소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를 연도별로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국정과제에서 밝힌 것처럼 수석교사 배치를 확대하겠다고 했으니 기존의 수업 중심의 수석교사 외에도 기초학력, 생활지도, 정서행동지원 전문수석교사와 같이 학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석교사의 영역을 확대하여 선발하고 사전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한다.

돌봄이 점점 중요해진 상황에서 초등저학년의 놀이 전문 전담교사를 신설하여 수업시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원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부터 저학년에 놀이 전문 전담교사를 배치하여 수업시간을 확대한다면 국민들의 호응도 이끌어낼 수 있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위기는 정해졌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가져올 것이다. 신임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하루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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