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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 간에 펼쳐지는 바둑 대결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인공지능이 과연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고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을 담는 바둑에서조차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과 싸우는 인류의 마지막 보루로서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나뉜다. 알파고가 아무리 3000만건 이상의 기보를 학습했다고 해도 기상천외한 난전과 수읽기에 강한 이세돌 9단을 능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1000년 걸릴 100만번의 대국을 한 달 안에 학습하는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승패에만 일희일비한다면 이번 대국의 본질을 꿰뚫을 수 없다. 알파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지능계의 최고봉인 이세돌 9단에게 도전했다는 자체가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9단이 5-0 완승을 거둔다 해도 환호할 일이 아니다. 우주의 원자수(10의 80~100제곱)보다 많은 바둑의 ‘경우의 수(10의 170제곱)’를 익혀온 알파고의 진화속도를 감안하면 인류 대표의 패배는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짙다. 이 9단도 “3~5년 뒤에는 바둑에서조차 밀리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알파고의 기보를 본 전문가들은 ‘인간의 느낌’ 영역인 ‘두터움’까지 바둑판에서 표현하고 있는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영역인 마음까지 읽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인공지능과 인간의 생존게임 차원에서 이번 대국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 때문에 2020년까지 인간의 일자리가 510만개나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게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인 인공지능이 인간의 나쁜 감정까지 갖게 된다면 인류에게 크나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앞두고 있는 이세돌 9단은 “‘알파고’는 아직까지 초등학생 바둑실력에 머물러 있다”며 “5차례의 대국 중 한 번이라도 지느냐에 신경이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_경향DB


당연히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동반자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 슈퍼컴퓨터 왓슨이 인간 퀴즈왕을 꺾은 뒤 암치료나 휴머노이드 로봇에 투입된 예가 있다. 로봇과 어드바이저를 합친 개념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와 제무설계 서비스에 나섰다. 알파고의 개발방법론도 기후변화나 질병 치료 등의 분석작업에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번 대국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도전과 응전, 그리고 화합과 공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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