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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의 하이라이트는 NASA가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구출하기로 결정하는 장면이다. 구조선과의 접선을 위해 기지를 떠나는 그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 데이비드 보위의 ‘Starman’이다. 생존의 고단함으로 가득 차 있던 분위기는 이 노래가 나오는 순간, 거대한 역동으로 가득 찬다.

영화 중간중간마다 흐르는 어떤 디스코 음악들도 결코 이 순간의 힘을 능가하지 못한다. 마크는 그렇게 지구로 떠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는 지구를 떠났다. 불과 며칠 전(1월8일) 발매한 새 앨범이자 25번째 앨범인 <Black Star>가 유작이 됐다. 너무 갑작스러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뮤직 비디오가 된 <Lazarus>에서 침대에 누워 안대를 두른 채 노래하는 모습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 마음이 아플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촬영에 임하고 녹음을 마쳤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 대단하기도 하다.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데이비드 보위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포크 록 아티스트로 데뷔한 그는 1970년대와 함께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페르소나를 내세워 센세이션을 불렀다. 퇴폐적이고 양성적이며 신비한 그의 이미지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훗날 펑크 록 아티스트들은 물론 마돈나도 데이비드 보위의 이런 자장 안에 있었다.

그의 세계는 하나의 음악, 하나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았다. 록을 기반으로 솔, 디스코, 일렉트로니카 등 그는 언제나 동시대의 흐름을 시도하고 소화하며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어왔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언제나 자신의 우주를 넓혀 갔다. 약물을 끊고 베를린으로 날아가 70년대 독일의 진보적 음악이었던 크라우트 록을 대중적으로 승화시켜 ‘Heroes’ 같은 명곡을 만들기도 했고 80년대의 화두였던 뉴 웨이브를 받아들여 ‘Let’s Dance’ 같은 인기곡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10년의 침묵을 깨고 내놓았던 2013년작 <The Next Day>는 차트에서의 높은 성적과 비평적 찬사를 모두 거머쥐며 ‘전설의 귀환’이란 문장을 상투적 수식어 이상의 의미로 증명해냈다.


영국 가수 겸 배우 데이비드 보위_AP연합뉴스


이런 행보는 타고난 재능도 있었지만 그의 시선이 늘 지금 이곳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은 발굴의 연속이었다. 뉴욕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영국에 소개, 재발굴한 것도 데이비드 보위였다. 나인 인치 네일스를 오프닝 밴드로 투어에 동행시켰고 스티비 레이 본을 자신의 밴드로 기용, 그 재능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데뷔 앨범이 갓 나왔을 때 그는 아예 CD를 박스째 차에 두고 다니며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다녔다. 이 앨범은 2000년대의 가장 중요한 명작 중 하나가 됐고 아케이드 파이어는 후일 3집으로 그래미까지 거머쥐는 거물로 성장했다. 그 외에도 많은 인디 밴드들과 함께 작업했고 자신의 노래가 후대 음악인들에게 리메이크될 때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모두가 그런 데이비드 보위를 사랑했다. 옛 영화에 머물지 않고 항상 동시대와 호흡하는 거장은 어느 분야든 많지 않은 법이니까. 젊었을 때나 늙었을 때나 데이비드 보위는 언제나 멋졌다. 정말이지, 단 한 순간도 멋지지 않을 때가 없던 남자였다. 절대 은퇴하지 않을 것 같았던 스타 이상의 스타가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

지구인들은 그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온 세계가 추모했다. 폴 매카트니, 마돈나, 노엘 갤러거 등은 SNS에 생전의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가 살던 런던 브릭스턴에는 1만여명의 추모객들이 모여 들었다. 그들은 보위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누군가의 선창에 이어 그의 명곡들을 합창했다. 유튜브를 통해 살펴본바, 군중의 합창 소리는 ‘Starman’을 부를 때 가장 높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물론, 내뿜는 이산화탄소에도 온통 보위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는 듯했다. 그날 밤의 별들이 왠지 달라 보였다.


김작가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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