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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전 세계가 철도 부활시대를 알리면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고, 21세기 철도의 방향은 기술발전과 경영발전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불구, 제자리걸음이다.

우리 KTX의 모체가 된 프랑스 테제베의 성공요인은 중간정착역의 폐지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 개통된 강릉 KTX를 보면, 서울역, 청량리역, 상봉역, 양평역, 만종역, 횡성역, 둔내역, 평창역, 진부역 그리고 강릉역에 도착한다. 당초 58분 만에 서울과 강릉을 연결시키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1시간40분이나 걸린다.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이다. 출퇴근시간을 포함해 일부 시간대에는 서울을 출발해 일부 역을 제외하고 강릉역에 올 수는 없는 걸까? 지금 강릉에서는 차라리 무궁화호 열차나 ITX 열차를 투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강릉을 연결하는 경강선 KTX

더 이상한 건 시작역이 청량리역이라는 데 있다. 출발은 서울역에서 하는데, 서울역에서 승객을 태우지 않고 청량리까지 빈 차로 온다. 열차별로 시·종착역이 달라 고객의 혼동과 불편이 발생한다. KTX 강릉선 활성화를 위해 하행선 출발역을 서울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하루 평균 2만6000명이 강릉선을 이용했는데, 폐막 이후 9154명으로 급감했다. 특수 요인을 감안해도 수요가 너무 준 것은 비효율 때문이다.

강릉 KTX는 주말과 일부 시간대를 제외하곤 좌석 점유율이 저조하다. 코레일은 4인에 5만원짜리 티켓을 만들어 ‘덤핑판매’를 하는데, 이는 월정기권 이용자들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1인당 편도 가격 1만2500원을 지불한 ‘넷이서 5만원’ 승객들을 위해 월정기권 승객은 한 달에 50만~60만원을 지불하고도 자리를 내주는 실정이다.

이번에 코레일이 내놓은 정기권 개선안을 보면 소비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정기권 이용객의 불만은 대학생들의 주중 수업일수를 고려해 주 5일치를 다 내지 않고 주 3일이나 주 4일치만 선택해 탈 수 있는 월정기권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11일권 등과 주말 이용 확대를 개선안으로 내놓은 것은 불통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열차의 강릉 도착시간도 문제가 있다. 출근시간대에 오전 8시3분과 오전 9시6분이 있다. 강릉은 지역이 넓지 않아 15분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 8시30분에서 45분 사이에 도착시간을 맞추는 것이 정상인데, 관광열차용 시간표를 적용시킨 것이다. 주민들이 30년을 기다려 온 경강선 열차인데, 배차시간표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코레일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철도운영사가 코레일과 SR 같은 2개의 회사로 이원화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원화로 차량운영의 비효율성 증가와 중복비용이 발생하는데, 국민들이 비싼 요금으로 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본다. 국민편익 증진과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코레일과 SR의 통합이 필요하다.

나아가 KTX 가격 인하는 좌석점유율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도모하되, 공공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즉, 노인 등의 공공할인을 정기권을 포함한 다른 할인과 중복이 가능하게 하여 연령별 인구변화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또 프랑스처럼 KTX 예약 좌석권을 만들어 유효기간이 긴 기본 열차승차권과 별도로 운영하면 좌석점유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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