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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 아주대 교수·에너지학
유럽 경제위기가 한창인 지금 전기요금이 또 오를 것 같다. 관련 장관회의에서 의결되었고 정치권과의 최종 조율만 남았다. 올여름 성수기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가격인상이 시급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원가 보상률 87.4%라는 낮은 전기요금 수준을 올려 한전 누적적자(최근 4년 8조원) 해결 등 장기 안정공급과 해외진출 여건 조성이란다.
과연 그럴까? 가격인상에 따른 전기 소비절감 효과는 경험상 반년이 안 간다. 전력이 공공재이자 민생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가격인상으로 소비절감을 유도해 올여름 정전을 막겠다는 것은 현실적 대응능력을 도외시한 초보 경제학자들이나 할 소리이다.
공급과 수요 여건을 아우르는 실현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 원론적으로 공공재인 전기 공급은 시장실패 적정화 논리에 의해 보정돼야 한다. 민생복지를 위해 공공재 대책의 근간은 시장실패를 일부 용인하고 한계비용을 가격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지역급전소에서 전력 공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경향신문DB)
따라서 지금 우리는 요금인상에 앞서 한전의 원가 최소화 노력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한전은 원가 100%에다 5~6% 이윤을 정부로부터 보장받아왔다. 따라서 원가 개념에 익숙하지 않고 투자비 걱정도 크게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고 현재 30%대 원전 점유율을 2020년 6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3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원전 1기씩을 매년 추가한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사고비용을 감안한 원전경제성 평가 경향과 전 세계의 탈원전 추세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따라서 신규 원전 건설의 반만 다른 발전방식으로 대체하면 연 1조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원전과 대체전원 건설기간 차이인 첫 7년간은 연 3조원 이상이 고스란히 절약된다. 여기에다 2020년 대체에너지 11%(현재 3%대) 확대를 위한 태양광전력 고가 매입 등 녹색에너지 추가 부담액이 연 5000억원을 넘는다. 해외사업 적자에다 탄소배출권 부담까지 정치적 비용은 끝이 없다
그러나 최근 유가 안정으로 발전연료 가격이 낮아지고, 가스가격의 하락 등으로 운영적자는 크게 개선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 모든 사항을 종합하면 연 2조~3조원의 한전 경영적자는 정치적 비용만 없다면 개선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한전이 녹색정치 비용 감축 등 한계가격 원칙만 지키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없게 된다. 선량한 소비자인 국민을 한전 적자와 정전의 원흉으로 몰 일도 없다. 민생복지와 한전 경영의 동시 개선을 위해서는 도리어 요금인상 억제가 요구된다. 녹색정치 비용만 없애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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