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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 정치부 기자
말에도 무게가 있다. 객관적으로 측량할 수는 없지만, 말이 초래하는 파장에 따라 그 무게를 가늠해볼 수는 있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유명인들의 발언은 더 무겁게 취급되기 마련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의 3일 ‘핵무장’ 주장을 접하면서 말의 무게를 생각했다.
경향신문DB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그토록 우려했던 북한 핵무장이 현실이 됐다”며 “미국에 의존하는 핵 전략을 넘어 우리도 (자체적으로)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했으니, 맞대응하자는 것이다.
그는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 외교는 실패했고, 이는 바로 우리 정치의 실패”라며 “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이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핵 보유 능력을 갖춰서라도 북한 핵을 없애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정 전 대표의 주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눈에 눈, 이에는 이’식으로 대응한다면 남북은 물론 일본·대만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핵 경쟁이 가속화될 게 뻔하다. 미국·소련이 군비경쟁을 하던 1970~1980년 냉전시대 때와 뭐가 다른가.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 정 전 대표 말처럼 핵무장을 추진하게 되면 한·미 동맹도 위험해진다.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 등 주변국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을 고수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게다가 정 전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선주자다. 그가 핵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공포의 균형’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남북은 물론 동북아 긴장관계가 더 고조될 수 있다.
정 전 대표가 말의 무게를 곱씹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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