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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오늘 다시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이번 조사에서도 발언의 근거를 대지 못할 경우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청장은 “2009년 우리은행 삼청동지점의 권양숙 여사 비서 명의 계좌에서 20억원이 발견됐고,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 계좌를 추적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확인 결과 문제의 계좌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검의 계좌추적도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경향신문DB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3월 기동부대 지휘관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라고 발언했다가 같은 해 8월 유족과 노무현재단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이후 그는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후회하는 빛을 보이다가 “(차명계좌의) 진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을 바꾸는 등 우왕좌왕했다. 최근에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으로,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는 모호한 발언으로 책임을 피해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고위공직자 출신답지 않은 불투명한 처신으로 일관하며 의혹을 부풀렸으니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조 전 청장 발언 논란이 장기화한 데는 검찰의 책임도 작지 않다. 검찰은 피의자가 현직 경찰청장이라는 이유로 서면조사만 거듭하다 퇴임 후인 지난달에야 소환했다. 고소가 이뤄진 지 1년9개월 만이었다. 그러고는 한 달도 안돼 ‘차명계좌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두 차례 불러 조사하면 해결될 사안을 미루다 국민적 의혹을 키우고 유족에게도 고통을 안겼으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부 언론의 행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친여보수 언론들은 틈만 나면 조 전 청장 발언을 들먹이며 노 전 대통령과 친노 세력 공격에 활용했다. 이러한 행태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수사에서도 재연됐다. 검찰이 흘린 ‘수백억원대 뭉칫돈’ 의혹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확대재생산하다가 검찰이 말을 바꾸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고인과 유족을 겨냥한 ‘인격살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청장 발언과 관련해 ‘아니면 말고’ 식 보도를 해온 언론들은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족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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