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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자 경향신문에 이양진 민주노동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이 쓴 ‘문재인 정부의 도로공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돼 도로공사가 그 추진과정의 전략단위로 선정됐으나, 이강래 도공 사장과 정규직의 기득권 유지 욕심이 카르텔을 형성해 일이 틀어졌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9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대에 의해 불법 점거됐다. 중요 국가기간망 중 하나인 고속도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농성장으로 변했다. 국민안전시설을 책임지는 공사 직원들은 공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시위대와 마주해야 했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공사 직원들의 인권은 갑과 을의 논리에 가려 외면당하고 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11일째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도공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순찰원을 직접고용했다. 하지만 요금수납원의 경우 향후 기술발전 등으로 기능조정이 예상돼 정규직화 예외대상이었다. 그러나 도공은 수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자회사 결정은 6514명을 직접고용할 때 예상되는 경영악화와 구조조정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는 이 합의에 따라 출범한 자회사다. 또 요금수납원의 78%인 5097명이 선택한 일터다. 따라서 자회사를 부정하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노사합의와 근로자들의 자율의사를 부정하는 일이다. 노사합의에는 자회사 미동의 근로자의 경우 소송을 통해 직접고용하고 직무는 현장 도로관리 업무인 조무직을 부여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공사는 최근 대법원이 도공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745명 중 자회사 전환 동의, 정년도과, 파기환송 인원을 제외한 499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 직무는 경영권 재량으로 인정받은 대법원 판례와 노사합의에 따라 조무직을 부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1100여명 모두에게 적용하고 직무도 수납업무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은 개별소송이란 점에서 법의 확대적용이 어렵다. 특히 2015년 이후 입사한 630명은 파견적 요소가 제거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해왔기에 최종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또 1·2심은 임금차액청구소송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도공이 소송을 포기할 경우 배임과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자회사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

민주노총은 줄곧 자회사 반대 원칙을 고수하며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라 주장한다. 하지만 도공의 자회사는 고속도로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갖고 출범했다. 요금수납과 콜센터, 교통방송 등 업무범위도 광범위하다. 신분보장을 위한 ‘기타 공공기관’ 지정도 추진된다. 정규직으로 인위적 고용감축의 불안에서 자유롭다. 정년은 61세다. 임금도 기존 용역업체 대비 평균 30% 인상됐다. 용역회사가 아닌 것이다.

노동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이런저런 명분과 구실을 대면서 불법시위를 한다면 국민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또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그 피해를 국민이 떠안게 된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결과는 수많은 청년구직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것이다. 민주노총은 자회사를 호도하지 말고 불법점거와 시위가 아닌 정상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강훈 |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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