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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250여명의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점거 농성이 19일로 11일째를 맞았다. 그사이 열 명이 넘는 노동자가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농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납원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는 노조원들의 요구와 재판에 승소한 노동자 일부만 직접고용하겠다는 도로공사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11일째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정당·시민단체들의 지지와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9일 김천 농성현장에서 당 상무위원회를 열고 도로공사 사장은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18일에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58개 인권단체가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영남권결의대회를 가진 민주노총은 21일에는 전국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톨게이트 노조원들의 투쟁이 전체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제노동단체도 톨게이트 노조원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국제노총(ITUC)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샤란 버로 사무총장 이름으로 서한을 보내 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전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민주노총이 밝혔다. 국제노총은 또 도로공사가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노동쟁의를 형사고발과 경찰의 개입협박에 의존함으로써 공기업 중에서 나쁜 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규탄했다. 노동자 인권탄압에 대한 경고다.

국제노동단체가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한국의 노동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출범 당시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국제단체로부터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받았다는 것 자체가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다. 앞서 용역업체로 파견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1심과 2심에서 한국도로공사 소속 직원이라는 지위를 확인했다. 또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도공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법원 판결까지 거스르며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도로공사는 일방적인 자회사 추진을 중단하고 법원 판결을 존중해 재판 승소자 300명뿐 아니라 해고 노동자 12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노동 존중’ 정부임을 확인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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