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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관리기본법이 공포된 지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4일 시행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하위법령을 포함한 법체계도 모두 완성되었다. 이로써 국가 차원의 통합물관리, 유역 중심의 국민참여형 물관리가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물분야 연구와 거버넌스 활성화에 관여해온 학자로서, 물관리 일원화를 주도한 통합물관리 비전포럼의 위원장으로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회가 깊다. 비전포럼을 통해 함께한 관계자들과의 협치 경험이 수자원 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991년 발생한 낙동강 수질사고 대책으로 수량-수질 분리의 원칙을 확립하고 수질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면서 물관리의 이원화가 시작되었다. 처음 기대와 달리 예산의 중복투자, 비효율적 물관리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었고, 분절되었던 물관리를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일원화 시도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갈등만 증폭되었을 뿐 번번이 무산되었다.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었으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노력을 결집하고자 한 환경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7년 7월 민·관·학 전문가 약 200명이 모여 통합물관리 비전포럼이 출범하였다.

비전포럼은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서 모이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였다. 불신의 벽은 높았으나, 대화를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절충점을 찾기 시작하였다. 전국적 토론회를 개최하여 지자체·시민사회의 공감대도 얻었으며, 순조롭게 합의에 도달하였다. 또한 포럼 내에 6개의 분과를 설치하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물관리 핵심가치, 정책목표 등 국가비전을 제시하였고, 지역별 물관리 비전과 거버넌스 구축의 기반을 다지는 등 물관리기본법 시행을 차근차근 준비하였다.

이로써 일원화에 대한 공감대는 폭넓게 형성하였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한 의견 차이는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원화는 이상기후의 확산으로 더 미룰 수 없는 국가 중대사라는 판단으로, 국회와 민·관·학 주요 인사들에 대한 설득과 중재에 더욱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18년 5월 숙원이었던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었고, 그해 6월 물관리기본법이 공포되었다.

법령 제정으로 큰 틀에서 통합물관리에 관한 합의를 이루었지만 세부 방안을 정하는 더 큰 난제가 남았다. 많은 어려움에도 비전포럼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물관리위원회 구성 및 역할, 갈등조정 방안 등을 담은 시행령 공포도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환경부가 이 기반을 잘 활용하여 꽃을 피우는 일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다. 지금까지 주요 업무가 규제를 통한 감시였다면, 앞으로는 통합물관리를 위한 수요와 공급 및 하천·지하수·농업용수 관리 등의 정책 집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 복지를 위해 수익성 없는 영역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기술개발 지원을 통한 물산업 육성 등의 성과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가진 역량에 더하여 국토부에서 이관된 수자원국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역량을 통합물관리에 활용한다면, 일원화의 성과도 조기에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통합물관리 비전포럼은 임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있다. 비전포럼이 그려온 이상은 곧 출범하게 될 물관리위원회가 충실하게 실행해 줄 것이라 믿는다. 물관리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제한된 수자원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다 함께 협력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허재영 통합물관리비전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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