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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는 ‘솔전’을 부쳐 먹고, 경상도에서는 ‘정구지찌짐’을 구워 먹고, 제주에서는 ‘세우리적’을 지져 먹는다. 음식 재료도, 조리 방법도 다른 것 같은데, 실상은 모두 ‘부추전’을 부쳐 먹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말 방언은 다양한 형태로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방언의 지역적 분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지도에 옮긴 게 언어지도(言語地圖)이다. 그런데 한 어휘의 언어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국의 방언을 모두 알아야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다니며, 지역 고유의 방언을 잘 사용하는 제보자를 찾아 방언을 녹음하고, 음성을 글로 옮기는 일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언어지도를 만드는 일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7일자 ‘이지누 칼럼’의 “오롯하게 우리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워지는 지금, 정부 차원에서 나랏말의 다양성과 분포를 정리해 우리말에 대한 언어지도를 발표할 시기가 되었다”는 주장은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사라져 가는 방언을 보존하기 위해 2004년부터 지역어 조사를 실시하여 약 20만 항목의 방언 자료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100장의 언어지도를 작성 중이다. 지역 방언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80대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방언 음성을 채록하고, 이를 전사하여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현재 전국 162개 시·군 중에서 111개 시·군의 방언을 조사하였고, 올해에 20개 시·군의 방언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80년대에 시작한 한국 방언 조사의 계보를 이었다. 한국 방언 조사의 질문지를 확대하여 조사함으로써 1980년대의 방언과 2000년대의 방언을 비교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지역어 조사 결과는 사회적으로는 도시화가, 언어적으로는 표준어화가 급속히 진행된 2000년대의 방언을 기록한 것으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한국방언조사자료집>과 비교하면 20년 동안의 언어 변화를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 결과와 언어지도는 2019년 12월 말 ‘지역어 종합 정보 시스템’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방언 정보를 쉽게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약 14만 항목의 방언과 대응 표준어, 뜻풀이, 음성 자료 등을 제공한다. 그리고 방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100개 어휘의 언어지도와 전문가 해설을 싣고, 국민들도 자신만의 언어지도를 작성할 수 있도록 언어지도 작성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방언이라 하면 제주 방언이나 전라 방언, 경상 방언, 강원 방언을 떠올린다. 정작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은 경기 방언과 충청 방언이야말로 진정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데 말이다. 경기 방언과 충청 방언에는 방언사전조차 없다. 지역어 보존을 위한 노력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문화적 다양성은 언어 다양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언어 다양성은 점점 사라져가는 방언을 보존하여 활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방언에는 지역 고유의 언어문화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방언을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보존하고, 그것을 확산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다.

<위진 |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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