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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청소년 폭행사건을 계기로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언론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소년법’ 폐지,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의 ‘소년법’ 개정, 신중한 대처 따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주장은 대체로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의 처분이나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행 청소년의 재활 현장을 묵과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의 삶을 온전히 망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법’을 놓고 서로 옥신각신하기 전에 최소한 보호처분을 받은 비행 청소년 중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 수용되어 있는 아이들의 실상을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할 터이다. 이 시설이야말로 비행 청소년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어서이다.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이 2개월 전에도 피해 여중생을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찍는 모습. 연합뉴스

과정이 좀 복잡한데, ‘소년법’에 의해 처분을 받은 비행 청소년은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을 거치며 상담, 교육, 보호를 받는다. 굳이 ‘소년법’에 의하지 않더라도 부모나 각급 학교장의 의뢰로 법원을 거쳐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기도 한다. 비행이 심한 경우에는 아예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되어 법원의 심리를 받아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이 청소년의 일탈 행위를 범죄가 아닌 비행으로 판단하면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들 청소년은 보호자, 보호관찰소, 아동복지시설, 병원 및 요양원, 소년원에 위탁 및 수용되어 상담과 교육 및 감독을 받거나 사회봉사에 임한다. 특히 소년원 수용은 보호처분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고, 소년분류심사원을 거치며 짧게는 1개월 이내, 길게는 2년간 지내며 교육과 보호를 받는다. 바로 이 현장의 상황을 빠뜨린 채 ‘소년법’에 관한 주장이나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몇 가지를 지적하겠다.

첫째, 청소년이 비행으로 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관련 기관이나 개인 중에 바르게 대처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형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청소년이 보호처분을 받았다면 이는 경찰에서 시작하여 법원을 거치는 동안 적법하지 않은 뭔가가 연루되었다고 보아야 마땅하고, 이런 청소년을 소년원에서 감당하기에는 불가항력이다.

둘째, 법무부는 비행 청소년을 수용하는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의 시설을 합당하게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최근 10명 안팎의 인원이 한 방에서 생활했던 것을 3~4인으로 줄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 청소년에게 절실한 교육과 보호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 2006~2007년에 전국의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9곳이나 없앴다가 다시 2곳을 재개한 것은 국가가 전혀 비행 청소년의 재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이들 시설에 근무하는 보호직 공무원이 과연 비행 청소년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합당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보호직 공무원을 선발하고, 이들의 근무 여건이나 처우가 합당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에도 국가가 사후약방문 식으로 어설픈 방안을 전시적으로 마련할 것 같아 걱정이다. ‘소년법’ 논의를 책상머리에서 할 것이 아니라 관련 현장부터 샅샅이 뒤져보아야 한다.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처지를 주목하고, 나아가 직원들의 귀한 경험을 귀담아들어 답을 찾아야 한다.

<최옥채 | 전북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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