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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제주행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 2분 만에 긴급 회항했다. 김포공항 이륙 도중 새가 빨려 들어갔고, 펑, 펑 소리와 함께 비행기 엔진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기엔 승객 188명이 타고 있었다.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조류충돌’은 항공기 운항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국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발생한 조류충돌은 총 1459건에 달했다. 한 해 평균 260건, 매달 22번꼴이다. 엔진충돌, 조종석 전면 유리충돌 등 다수가 아찔한 상황이었다.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2009년 뉴욕 허드슨강의 항공기 비상착륙도 조류충돌이 원인이었다.

전국 3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연 뒤 제2공항 신설 강행 중단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공신력 있는 검증 실시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신규 공항을 지으려면, 항공기와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을 준수해야 한다. 조류를 유인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공항에서 3㎞ 이내에는 양돈장, 과수원, 승마연습장, 경마장, 야외극장, 드라이브인 음식점, 식품가공 공장을 설치할 수 없다. 8㎞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 사냥금지구역,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없어야 한다. 공항으로부터 13㎞ 이내의 ‘공항 주변’은 조류충돌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활주로를 횡단할 우려가 있는 곳’에 조류 유인시설은 철저히 금지된다. 

2014년 영국 템스강 하류 신규 공항 건설에 대해, 영국 왕실조류학회는 강력한 ‘입지 부동의’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공항 위치가 철새 이동 경로상에 있어 조류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공항으로부터 13㎞ 이내 조류 이동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점, 사업자의 조류충돌 방지대책은 결국 철새를 쫓아버려 국제적 생태보호지역을 조류가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짓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 제주 제2 공항 예정지인 성산 입지는 어떨까.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산-남원 등 4곳의 철새도래지는 모두 제2 공항 예정지 반경 3~5㎞에 위치한다.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은 10~11월 제2 공항 예정지 상공을 이동 경로로 해서 도착해 2~4월에 번식지로 북상한다. 봄과 가을엔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저어새, 큰고니, 노랑부리백로, 팔색조,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도 발견된다. 광어 양식장, 양돈장과 과수원, 채소밭, 대형 횟집 등 각종 조류 유인시설이 즐비하다.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제주 제2 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 검토의견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을 특히 강조했다. 즉 “많은 철새의 주요 월동지 및 중간기착지로서 생태 보전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공간”이기에 제2 공항 성산 입지는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현 제주공항 개선으로 국토부가 제시한 장래 제주도 항공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제2 공항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제주 제2 공항 성산 입지는 사람도, 새도 죽이는 ‘킬링필드’가 될 것이다. 1.8㎏짜리 새가 시속 960㎞ 항공기와 충돌하면 64t의 충격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철새 보호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든, 0.1%의 조류충돌 가능성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애초 성산 일대는 공항으로 불가능한 곳이다. 재앙을 부를 제주 제2 공항 계획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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