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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립대들은 같은 주 출신 학생과 다른 주에서 온 학생의 등록금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작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에서 캘리포니아 출신 학생은 1만4000달러의 학비를 냈지만, 다른 주 출신자는 4만2000달러를 부담했다. 미국 대학정보 사이트 ‘칼리지 보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주립대들은 같은 주 학생에게는 평균 9970달러, 다른 주 출신 학생에게는 2만5620달러의 학비를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자체 격인 각 주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공약들이 발표됐다. 지역이 당면한 문제가 많겠지만, 그중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어려움으로 ‘인재 유출’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이번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대다수 지역은 인재들이 대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발전이 심각하게 저해되는 인재 공동화(空洞化) 증상을 앓고 있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역 대학들이 우수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어야 그 지역의 인재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인재를 수도권 등 다른 곳으로 빼앗기지 않을 전략을 세워야 할 텐데, 주요 정당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들을 뒤져봐도 대학교육 지원과 관련된 공약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여러 후보나 정당들 입장에서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 정도의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각 지자체가 초·중등교육까지는 여러 지원을 하고 있지만, 고등교육인 대학교육 지원은 모두 중앙정부의 일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으로 불리는 소득연계 장학금 등을 통해 대학교육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또 재단은 2010년부터 전국 지자체들과 협약하여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 14곳과 기초 지자체 21곳 등이 참여하여 지난해까지 총 33만여명을 대상으로 학자금대출 이자 212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들 역시 소극적인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지방분권 강화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에 특히 시·도 수준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에서의 대학교육 지원에 나서기를 강력히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앞서 언급한 미국 주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을 벤치마킹해 현재 우리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와 시너지를 마련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등록금의 절반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학생이 출신 지역 대학에 진학한다면 지자체의 추가 지원을 받아서 아주 적은 학비만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를 검토해보자. 우리 지자체가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지역의 인재들이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높아지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이는 우수한 인재를 수도권에 빼앗기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들을 건강하게 하는 계기도 제공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겠지만 지역 인재에 투자한 결과는 반드시 그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은 지방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도 재정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치(協治) 구조로 대학교육을 지원해 나간다면, 대학생이 필요한 부분을 적시에 완벽하게 지원하는 ‘완전 등록금 장학지원(Whole care system)’과 지역 균형발전이 이뤄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안양옥 |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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