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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갑상샘 초음파 검진을 중단하자는 의사연대의 성명 발표 후 갑상샘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무척 높아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의사들 사이에서도 갑상샘암의 양상이나 치료 방법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어 또 다른 방향으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로의 주장 중에는 달라도 너무 달라 혼란을 더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중 몇 가지를 짚어보고 싶다.
“10%의 갑상샘암은 위험하다?”
이것은 아마 과거 자료를 인용한 말인 듯하다. 최근 갑상샘암은 대개 1㎝ 이하의 작은 암이고, 유두암과 여포암이 각각 96.8%, 1.6%로 98.4%가 예후가 좋은 암이며 이런 암으로 사망하는 예는 거의 없다. 예후가 나쁜 암인 역형성암은 0.2%에 불과하며 예후가 다소 나쁜 수질암을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위험한 경우는 0.5%에 불과하다(2012년 12월 중앙암등록본부).
유방암·갑상샘암센터에서 의료진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출처:경향DB)
“좋은 암이라도 아주 무서운 암-역형성암으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필자도 역형성암을 많이 경험했는데 이 암은 매우 치명적이기는 하나 수십년간 커다란 갑상샘 혹을 방치했던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며 대부분이 60~70대 환자다. 역형성암과 초음파로 발견되는 유두상암은 생물학적 양상이 전혀 다른 별개의 암이며 작은 암이 갑자기 역형성암으로 변하는 경우는 없다.
“지켜보다가 전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말도 있다. 일반적으로 암이 전이되면 생존율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정말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앞의 두 번의 말에 반응이 없던 환자라도 이쯤에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갑상샘암의 림프절 전이는 대부분 미세한 전이이며,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신 전이인데 다행히 이럴 확률은 0.5% 이하이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 나이가 많거나 주변에 손으로 만져질 정도의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갑상샘 밖으로 암이 자라나 주변 조직을 침범한 경우 그 중 아주 일부에서나 전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암이니 빨리 치료하자”는 얘기도 있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 갑상샘암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연구에 의하면 10년간 3㎜도 자라지 않았던 경우가 84%나 되었다고 하니, 이 암이 얼마나 천천히 자라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 갑상샘암 수술을 받는 것은 20~30년, 아니 그 이상 훗날의 고통을 미리 예방하려고 수술받는 것인 만큼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보자. 50세 여자에게서 6㎜ 암이 발견되었다면 60세에 채 10㎜가 되지 않을 것이고 70세에 2㎝ 정도로 자라게 될 것이다. 이때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폐전이가 발견되었다 치자. 폐전이가 되어도 10년쯤이나 지나서야 폐전이가 커져 결국 호흡곤란을 일으켜 환자가 사망할 것이다. 이런 일을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의 수술인 만큼,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암이 자라는지 매년 지켜보다가 커질 때 수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더구나 죽을 때까지 별로 커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경과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에 불과하더라도 모두 제거하는 게 좋다”는 말도 있다. 정말 좋을까? 모두 제거하는 것을 선호하는 의사들이 그 근거로 내세우는 논문이 있다(Billimoria, 2007). 이 논문을 보면 전절제술의 10년 생존율이 98%, 부분 절제술의 경우 97%다. 거의 같다는 뜻이다. 평생 약을 먹고 부작용에 시달릴 걸 생각하면 특히 수㎜에 불과한 갑상샘암의 경우 부분 절제술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다 보면 정보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갑상샘암에서 살아남아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면 갑상샘암을 조심하기보다 거짓 정보를 조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용식 |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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