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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63.8%라고 발표했다.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비율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에서 정한 본인부담금,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 급여비를 더한 값을 분모로 하고 이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급여비를 분자로 하여 측정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는 분모에 해당하는 비급여 본인부담금을 건강보험 급여비로 상당 부분 포함시켜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웠다. 이 정책목표를 기억하는 측은 목표에 비해 보장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같은 논쟁은 적절치 않다. 우선 건강보험 보장률이란 지표 자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국제비교엔 적용되지 않는다. 보건의료체계가 보험 방식 외에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와 같은 조세방식도 있기에 이 지표가 보편적으로 쓰이기엔 한계가 있다. OECD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과 그 중 공적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주요 비교 지표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국제비교로 적절치 않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주요 정책목표로 제시해왔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당시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를 80%로 제시한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 보장률의 분모와 분자에 내재한 문제인데 이는 소위 ‘표준급여 패키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의료선진국 네덜란드는 건강보험 보장범위에 해당하는 ‘표준급여 패키지’가 잘 정리돼 있으며, 그 외 진료행위는 한국의 민간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보충적으로 보장받는다. 급여화해야 하는 필수의료 서비스 항목을 비용 효과성이 떨어져 굳이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항목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도입 이후 공급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피부미용, 피로 해소 목적에 해당하는 진료영역이 등장했고 그 크기가  매우 커졌다. 영양주사나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영역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기에 의료소비자는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적절한 급여 범위보다는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총액에 더 관심이 있다. 이것이 비급여의 문제인데, 치료에 필요한 필수의료 서비스 외에는 보장률 추계 산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백옥·마늘주사 등 영양제까지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보장해줄 필요는 없다. 보장률은 건강보험에서 급여화할 필요가 있는 ‘표준급여 패키지’를 중심으로 추계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이러한 비필수 비급여를 보장률 영역에서 제외하더라도 의료소비자가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 방안의 마련은 필요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역대 어느 정부도 주장하지 않은 적이 없다. 다만, 보장성 강화는 필수의료 서비스와 중증질환자 및 취약계층의 의료보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돼야 한다. 다행히 현재까지 중증질환 및 아동·노인 등 취약계층의 보장률이 상승했고 고액 의료비 환자 수도 감소했다. 건강보험 보장 진료영역을 정확히 재정리하고 국민 의견을 모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이어가길 바란다.

<윤석준 |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의대 예방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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