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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변경하는 1단계 개편이 시작되었다.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건강보험료 부과와 관련해 형평성과 급여 범위 등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소득 파악률이 낮아 부득이하게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성, 연령, 재산, 자동차 등에 부과하던 ‘평가소득’ 문제가 늘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이번에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대신 연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는 최저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생계형 자동차를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재산보험료 비중도 낮췄다. 그러다 보니 지역가입자 중 77%인 589만가구의 보험료가 인하되고 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인 고소득자와 고액재산가의 보험료는 오르게 되었다.

한편 상위 1%의 고소득 직장가입자와 고소득 피부양자는 적정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였다. 피부양자 중 폭넓게 인정하던 형제자매는 가족 관념의 변화 등으로 직장가입자와 별도로 생계를 영위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그러나 생계가 곤란한 30세 미만, 노인, 장애인 등은 피부양자 유지가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1단계 개편이 이루어진 것은 과거에 비해 소득 파악률이 개선되고 가족 사이의 부양 인식도 변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은퇴자, 실직자 및 저소득층의 혜택이 커지게 된다. 퇴직·실직 후에 보험료가 오르는 사람이 기존엔 60% 수준이었는데 개편 이후 30%로 낮아진다. 또한 생활고 등으로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던 가구 중 96%가 보험료가 인하되거나 최저보험료가 적용된다. 특히 인구 고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은퇴자의 보험료 부담 문제를 개선하고, 부담 능력이 충분한 경우 적정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피부양자 기준을 조정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2022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을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 보험료의 기반이 되는 소득 범위의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 등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는 연소득 100만원의 소액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부담 가능한 다른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보다 공정할 것이며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둘째, 어렵게 걷은 보험료를 잘 사용하도록 지출 효율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건강보험 관리 개선 방안이 좋은 예다. 외국인이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하면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만약 보험료를 체납하면 체류 기한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다. 조속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 외국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제도 개선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외국인의 의료 남용은 경계해야 하지만 국내에 이주해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합법적 의료 이용에는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며칠 전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도 발표되었는데, 그간 고질적 재정누수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이루어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을 통해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 그리고 외국인 모두가 공평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담토록 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더불어 사는 포용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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