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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은 과거의 ‘보릿고개’를 잊고 산 지 오래다. 어르신들의 기억속에만 남아 있는 보릿고개는 1960~1970년대를 관통하는 절대빈곤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경제성장 속에서 일을 통한 소득활동이 가능했지만 1998년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위기 이전과 이후의 사회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경제위기 이후 변화된 노동시장 환경은 비정형적 노동자를 양산하고, 기회불평등에 의한 양극화 심화로 상대빈곤과 소득분배 문제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빈곤이 개인 능력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절대빈곤의 문제에서 사회와 국가에 의해 양극화되고 상대적 빈곤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6월20일 (출처:경향신문DB)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근로장려세제 등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새롭게 만들거나 확대해 오면서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행했다. 하지만 우리의 빈곤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통계청에 의하면 상대빈곤율은 1인 가구가 처음 포함된 2006년 시장소득 기준 16.6%에서 2016년 19.5%로 2.9%포인트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을 포함한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해도 같은 기간 14.3%에서 14.7%로 빈곤율이 0.4%포인트 증가했다.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의 시장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은 2006년 52.3%에서 2016년 65.5%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2006년 42.8%에서 2016년 46.5%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출에서도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많은 비용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100만원 미만 가구 평균지출액은 약 11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연령대별 빈곤율은 2016년 시장소득 기준 18세 미만 7.6%, 18~25세 12.1%, 26~40세 6.7%, 41~50세 8.0%, 51~65세 19.2%로, 51~65세 중고령층과 18~25세 청년층의 상대빈곤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로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 여건의 악화를 들 수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장기간 지속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50대 이후 조기퇴직으로 인한 소득창출능력 상실, 선별적인 복지제도 강화, 빠른 고령화로 인한 노인 소득 불안정성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불행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대표적 사건이 2014년 송파세 모녀 자살사건, 2018년 증평 모녀 자살사건 등이다. 2017년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 비수급 빈곤층은 2015년 144만명으로 1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언제든 송파 세 모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급한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최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계획을 앞당겨 시행하고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기초연금을 조기 인상하며,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보듬어 안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일부에서는 복지 확대로 인한 문제를 경계하고 있지만, 우리의 복지제도는 여전히 잔여적이고 선별적이라는 점에서 복지 확대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정책 지원보다는 저소득층은 물론 중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주기별 복지정책 등을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활동과 지출 부담(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 경감을 위한 서비스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가구에 대한 조기 발견과 긴급 복지 지원 등을 활용한 우선 지원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함으로써 갑질로 인해 영세자영업자, 비정형 노동자 등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회불평등으로 인해 저학력, 청년층이 학업과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복지제도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복지재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세의 누진성 강화와 공정하고 공평한 조세체계 마련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태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포용복지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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