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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과의 여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열심히, 우수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고학년이 되면 슬럼프에 빠진다.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졸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건설산업의 여성인력 참가율은 타 산업에 비해 더욱 심각하다.

교육통계연감에 의하면 2015학년도 현재 국내 건축공학, 건축학, 조경학, 토목공학, 도시공학 등 건설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1만9000여명으로 이들 학과 재학생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0대 건설사 여성 임원 수는 단 4명에 불과하다. 통계적인 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중소 건설회사의 여성인력 활용률은 더욱 낮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들이 여성인력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이에 못지않게 사회적 편견 및 차별적 관행이 여성인력 채용을 꺼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의 업무특성상 현장 업무가 많고 다소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건설산업 인력구조는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산업의 문화와 관행이 여학생들의 건설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입사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롤 모델로 삼을 여성 경력자들이 많지 않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일자리로만 여겨지던 건설산업에서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여성 중기 운전 기사(1991년 사진) (출처 : 경향DB)


영국의 런던개발청은 2012년 ‘여성건설인 참여 확대사업’(Women into Construction)을 통해 여성 기술인력을 대거 참여시켰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일본건설연합에서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인력의 수를 향후 5년 동안 2배로 늘리기로 하고, 대책을 강구중이다. 미국은 건설업 분야의 여성인력 고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여성건설협회 주도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캠프(MAGIC: Mentoring a Girl in Construction)를 열고 있다. 이 캠프를 통해 여성인력들이 건설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참가자들은 다양한 건설업 분야의 여성 종사자들로부터 생생한 건설업 세계에 대해 듣게 된다. 국내에서도 모 건설회사에서 여대생 리더십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여러 기업의 대학생 참가 프로그램 가운데 여성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에서 여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이유는 여성 인재의 경쟁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에는 처음으로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보다 많게 된다고 한다. 인구조사를 실시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이제 여성인력 활용은 단순한 양성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 포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매년 15조원에 달한다.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왜 주요 선진국과 많은 다국적기업이 여성인력을 높이 평가하고 중용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철기 | 한남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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