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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응준씨가 제기한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우선 신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전설’ 외에도 상당수 다른 작품들 역시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딸기밭> 등 신씨의 상당수 작품들 역시 표절이 분명하거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문단 내부의 시비에 그치지 않고 문단 밖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선 신씨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자신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는 게 옳았다. 그러나 기왕의 표절 논란에도 명쾌한 설명 없이 넘어갔던 그는 이번에도 직접적인 입장표명 없이 출판사 창비를 통해 “ ‘우국’이라는 작품은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어도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창비의 첫 반박성명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문제가 된 ‘우국’과 ‘전설’의 4~6개 문장은 절대 다수의 문인들로부터 표절이 맞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창비는 ‘신경숙 작가의 묘사가 (미시마보다) 더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는 어이없는 코멘트까지 더했다. 뒤늦게 창비는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고 사과하면서도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독재정권 시절 한국지성계의 상징이었던 ‘창비 정신’의 실종까지 운위됐다. 수익을 좇아 베스트셀러 작가를 비호하는 출판사와 그 출판사의 뒤에 숨는 작가의 모습은 한마디로 문화권력 간의 공생관계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문단에서는 표절 문제를 제기하는 이를 ‘내부고발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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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에 대한 창비의 해명 입장 발표 이후 창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창비를 비판하는 독자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응준씨도 이번에 매장당할 각오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창작과 비평’이 자유로워야 할 문단이 이런 각오 없이는 발언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니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된다. 신씨와 창비의 오만한 대응도 과거 그런 관대함의 결과일 것이다. 표절에 관한 법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묵과할 일이 아니다. 혹여 ‘패러디’니, ‘혼성모방(Pastiche·패스티시)’이니, ‘오마주’니 하는 변명으로 표절의 혐의를 벗어나서도 안되겠다. 이번 기회에 건강한 비판을 억압하고 문단을 좀먹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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