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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MERS·메르스) 사태가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진정 기미가 없다. 신규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격리대상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태 장기화, 메르스의 토착화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이다. 이는 당국의 진단과 처방이 적절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현재 정부가 설정한 위기 경보 수준은 ‘주의’ 단계다. 주의는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됐을 때 발동하는 것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 설치·운영과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 가동 조치 등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 다음은 ‘경계’ 단계다. 메르스의
타 지역 전파 시 발령하는 경계 경보는 국가의 총력적 방역 등을 통해 대처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메르스 확산의 실제 상황은 주의보다는 경계 단계에 가깝다. 경계의 기준인 지역사회 전파 문제만 해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 환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9일간이나 서울 지하철
2·3호선으로 출퇴근했다. 대구 공무원 환자도 증상 발현 후 20일 가까이 공중목욕탕 이용과 KTX 탑승, 구내식당 출입을 했다.
아직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염 양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격리대상자 관리다.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들이 속출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공식 통제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의
‘메르스 가이드라인’은 아예 맞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미 다 깨졌다. 현장에서는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의 안전마저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보호장비도 부족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30일째를 맞은 18일 쇼핑객이 줄어든 서울 남대문시장은 한산하고(위 사진), 평소 국내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은 텅 비어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위기 관리 경보 수준을 높일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없고 환자 발생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경보 수준을 높였다가 국제사회에서 ‘전염병 위험국가’로 낙인찍히거나 대규모 인력 추가 보강으로
부담이 늘어날 것을 염려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단견일 뿐이다. 국민 안전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메르스를 잠재울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조치라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당국은 그동안 선제적 조치의 시기를 번번이 놓쳤다. 왜 그랬는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메르스를
‘독감’으로 지칭하고 손 씻기만 잘하면 문제없다는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 보여주는 것처럼 너무 안이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관리들의 과감한 대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에 또 실패하지 않기 바란다. 메르스 위기 경보 수준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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