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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우병우 사건 수사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또한 검찰 고위간부가 지위를 악용해 100억원 이상을 치부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간부들이 돈봉투를 주고받으며 만찬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사를 발탁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윤석열 검사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정치권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려다 한직으로 밀려난 강직한 검사로 평가받았다. 국민들은 윤석열처럼 정의로운 검사를 원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어 윤석열을 발탁한 것을 두고 검찰청법의 절차 규정을 들먹이는 것은 치졸한 발상이다. 직선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에 비추어 검찰 인사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검찰총장의 의견 개진은 결국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보좌하는 절차적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 발탁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지난달 22일 청사로 출근해 차장검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환영하면서 새 정부의 검찰개혁이 검찰 간부들의 물갈이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늘날 우리 검찰의 문제점은 잘못된 검찰 인사 못지않게 제도적 측면에서 기인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검사에게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을 허용하고 있는 기소제도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러한 기소제도가 검찰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최근 검사의 기소독점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이 제출된 상태이다. 공수처 신설에 찬성하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실은 검사의 기소독점권보다 무제한의 기소재량권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 검사들의 기소재량권은 거의 무제한에 가깝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에게 무제한의 기소재량권을 허용하는 기소제도는 반복되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존속할 수 있게 했다. 검찰은 과거 전두환을 기소유예했다가 김영삼 정권의 요구로 다시 기소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렇게 중대한 범죄자도 기소유예를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기소제도의 현실이다. 전관예우도 검사들의 기소재량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골자로 하는 현행 기소제도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에게 무제한의 기소재량권까지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리, 비례성의 원리, 적법절차의 원리, 체계정당성의 원리 등에 위배된다. 무엇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가능하게 하여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도 반한다. 한마디로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를 구성하고 있는 법치국가 원리에 위배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제 기소편의주의를 폐지하고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검사는 피의자를 수사한 결과 범죄자로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기소법정주의만이 검찰을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해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헌법적으로 보아도 기소법정주의가 법치국가 원리에 더욱 부합한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법치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도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소법정주의가 형사사법 업무를 증가시키는 부담도 없지 않겠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예외를 허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 기준으로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인 중대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법정주의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부득이 기소유예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독일처럼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검사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검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도 결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검찰 인사 개혁만으로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어렵다. 정권의 향배와 상관없는 검찰개혁을 성공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현행 기소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김하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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