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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촛불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외부 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그곳에서 대통령은 수십년간 노동계의 바람 중 하나였던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다. 선언적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 흥분된 마음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뉴스를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지난 2년간 공공부문 내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용역 노동자 중 18만5000명 정도가 전환 결정되었고 그중 15만7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무늬만 정규직화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의 타당성도 있지만, 그 무늬라도 갖추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 내막을 아는 이들은 그나마 이 정도의 성과도 여러 난관 속에서 정규직화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내실 있게 추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정부 내 경제부처의 태도이다. 우선적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부분까지야 범정부적 공감대가 있었을지 몰라도 처우 개선이라는 중장기적 과제에 대해서는 정부 내 온도 차이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온도 차이를 이제는 경제부처의 온도로 맞춰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대통령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을 시작으로 가속도를 내던 정규직화 정책은 어느 순간부터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것처럼 소리 없이 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관련 정책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비단 정부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여러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 정책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이러한 정규직 노동조합의 태도 문제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정리 과정이나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포함한 여러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튀어나왔다. 이 때문에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노동계의 거센 비판은 그 속살을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진정 정부의 의도만으로 자회사 전환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확대되었는지 노동계 내부에서부터 냉정한 성찰과 평가가 필요하다.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국립대에 재직 중인 나의 입장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현재 시간강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정규직 노동조합과 과연 다른 주장할 수 있는지. 노동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도 여러 갈래로 파편화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결국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3단계 계획하에서 3년만 진행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다. 정규직화 정책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 여전히 과도한 자회사 전환방식, 기관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 기관 간 격차의 문제, 민간부문 정규직화로의 확장성 문제 등이 고스란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과 고민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채준호 |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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