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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서는 먼저 온 사람 먼저 타라고 서로 눈치껏 멈칫멈칫 해줍니다. 하지만 저기서 버스가 오니 자기 앉아 가겠다고 손 흔들며 냅다 뛰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정된 정차 위치가 있으니 버스는 열심히 뛰어오는 사람을 그대로 지나쳐 원래 설 자리에 섭니다. 저 앞까지 쫓아간 사람은 헐레벌떡 다시 쫓아올 수밖에요. 그러곤 결국 맨 나중에 타죠(영리한 사람은 지갑 꺼내 들고 멀리서부터 버스 기사와 아이 컨택을 합니다. 그럼 거짓말처럼 버스가 바로 앞에 섭니다. 그런 상황이 꽤 많습니다).

서둘러 덤벼들다 오히려 남들보다 뒤떨어지게 된다는 속담으로 ‘꼬리 먼저 친 개 밥 나중 먹는다’가 있습니다. 개밥 담아 마당으로 나갑니다. 그러면 자기 먼저 달라고 빠질 듯이 꼬리치며 달려오는 녀석이 꼭 있습니다. 그런다고 그 녀석 앞에 밥그릇 놔줄까요? 개밥그릇조차 옳게 놓일 자리가 있는데요. 영리한 개들은 밥그릇 자리 미리 가서 좋은 위치에 포진하며 기다립니다. 밥그릇 놓이니 서로 주둥이 싸움으로 으르렁댑니다. 먼저 먹겠다고 뛰어간 녀석은 한 발 늦어 주둥이 들이밀 틈이 없습니다. 하나도 안 남으면 어쩌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가 탑니다. 사람 먹기도 부족한데 개밥인들 넉넉했겠습니까? 결국 빈 그릇만 핥습니다. 그러고도 매번 개밥그릇 든 걸음 앞으로 또 꼬리치며 달려옵니다.

전철이 멈춰서면 좌우로 늘어선 사람들 무시하고 중앙으로 돌진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내리는 사람들의 짜증스러운 몸짓에 뒤로 뒤로 밀려서 결국 자리 못 앉습니다. 좋은 자리, 괜찮은 해외출장 자기 달라며 눈에 띄게 비나리치는 사람 있습니다. 상사가 바보입니까? 다들 눈 시퍼렇게 노리고 있는데요. 되레 괘씸죄에 왕따로 저 뒷전까지 밀리겠죠. 괜찮은 자리는 조금만 더하면 자릿수 올라갈 만큼 해놓고, 윗사람이 더해주게 아이 컨택 잘하는 사람 차지입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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