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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까지만 해도 평범한 집안에서 대학생이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198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대학 진학률이 30%를 넘겼으니 대부분의 청년들은 고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0명에 들어선 요즘은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한 집안에 3~4명 이상의 형제자매가 자라는 것이 보통이라서 누가 대학을 가는가는 아들 우선, 맏이 우선의 원칙에 따랐다. 이렇게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한정된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밀어주기가 생활의 기본이었다.

이젠 우리 사회도 풍성한 발전을 이뤄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게 되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의외로 고등학교들에서 밀어주기 관행이 남아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학 입시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위주로 챙긴다는 주장은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최상위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 알게 모르게 상도 더 많이 타고 학교에서 학생부 기록도 잘 써준다는 것이 대체적인 우대 내용이다. 사실일까? 아마 그런 우대를 받아본 본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학부모들도 인정 아닌 이해를 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모으는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기대와 지원이 있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상위권에 대한 밀어주기가 수시전형 때문이라는 주장들도 많은데 사실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얼마 전까지 수능으로 대학입시가 주도될 때는 대놓고 치사한 방법으로 상위권을 밀어줬다. 도서관 특별석을 성적순으로 지정한다거나, 급식 때 우선 배식한다거나, 게시판에 등수를 게시하는 것 등이었다. 그보다 일반적이면서 심하게 차별을 드러낸 것은 성적 좋은 학생들에게만 고액의 방과후 외부강사 특강을 들을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이 경우는 지역의 명예(?)를 위해서 지자체나 동문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많아서 상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공부할 자극을 준다는 명목으로 지역사회에서 자극적인 방법의 차별을 당연시한 것이다. 가끔 언론에서 비판기사가 나오기는 해도 보통은 명문대를 보내려면 될 만한 놈들을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 대중의 인식이었다.

고등학생이 논문을 써서 학회에서 발표하고, 책을 쓰면 다른 나라 대통령이 추천사를 보내주는 일은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차별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명문대학에 쉽게 합격했다고 논란이 크다. 분명히 문제다. 이런 특혜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특별한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는 입시의 개구멍인 특기자전형이 지난 수십년간 합법적으로 있었고, 그 방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갖고 있었다. 특목고의 인기는 차별적인 개구멍 입시를 치를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금도 사람들은 특목고나 특기자 전형을 문제 삼지 않는다. 동네의 인재를 위해서도 차별은 필요하고, 특목고 학생들도 차별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세상이다. 차별이 일상화되면 기득권이 된다. 기득권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소소한 이기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만간 수능으로 학생들을 더 많이 뽑을 모양이다. 아직도 이기심의 괴물은 더 클 것 같다. 무섭다.

<한왕근 청소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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