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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어리석은 행위가 세계적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국정농단을 둘러싼 참혹한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면서 나라는 국제 망신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언론보도, 촛불시위, 검찰조사에 이어 특검과 국정조사가 진행되면서 과녁은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함으로써 온 나라를 가득 메운 촛불의 마지막 국면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 국회의원 171명의 이름으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야 3당이 만든 탄핵소추안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부실대응을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은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로 명시했다. 12월9일 의결을 예정하고 있는 ‘탄핵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탄핵안이 발의된 순간 가결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탄핵안은 가결되거나 가결 이상의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 근거를 밝혀보자.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다. 우리 헌법 제1조는 국민을 대한민국의 주권자로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90% 이상이 대통령에 반대하고 압도적 다수가 탄핵을 원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 헌법적 권능에 기초해서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이 그 권능에 기초해 탄핵을 요구하는 이 시점에서 이미 탄핵은 이루어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탄핵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다. 대통령 탄핵의 법적 권한은 국회에 속하지만 이번 탄핵의 진원지는 광화문이다. 국민이 탄핵의 결정자라는 뜻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4%가 이를 대변한다. 탄핵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며 국회의원 300명의 의결은 국민들의 결정에 대한 보충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탄핵 결정권의 본질이며 진행 중인 촛불 정신이다.

국정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에는 탄핵 결정권이 없다. 새누리당은 탄핵 발의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명령을 거부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추풍낙엽처럼 흔들리면서 우왕좌왕하는 새누리당은 노선 부재와 내부 분열로 대통령 탄핵에서 변수가 되지 못한다. 새누리당에 남은 일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각자 생존을 도모하는 것뿐이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대통령 역시 탄핵의 변수가 아니다. 국정파탄의 몸통으로 특검과 국정조사의 핵심 대상으로 전락한 대통령은 범죄행위의 피의자에 불과한 만큼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잘못을 시인하고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자숙하며 탄핵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이것이 한때나마 자기를 뽑아준 국민에게 예의를 다하는 길이다. 더 이상의 고집이나 부질없는 담화로 탄핵 국면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죄를 더할 뿐이다.

이제 탄핵이 임박한 시점에서 국회가 명심해야 할 역사적 진실이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은 4년(국회의원 선거) 또는 5년(대통령 선거)에 오직 하루 주권자의 지위를 인정받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하지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여 새로이 건설해야 하는 비상한 국면에서는 능동적 주권자로서 국회 자체에 대하여 창조적 파괴를 명할 권능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국회와 권력이 본디 국민의 것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원리로서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론에 기초한다.

국회의원에게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권리는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범법자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며 의무는 주권자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탄핵을 완수하는 것이니 권리와 의무가 하나로 일치한다. 국민을 모독하는 범죄행각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해산에 준하는 정치적 탄핵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를 거부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자로서 자격을 상실할 뿐이다.

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며 바람이 일어 태풍이 된다. 주권자의 집합적 자기표현인 촛불은 새로운 상상력으로 낡은 관행을 파괴하는 혁명적 항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역사적 국면에서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숫자를 셈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이 요구하는 바가 아니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주권자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이행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국회의 대오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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