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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밥값을 할 때가 되었다. 역대 국회는 매번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써 왔다. 지금의 19대 국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악’의 정점에 올라서 있다. “국회의원은 뭐하는 존재냐”는 오래된 담론이고, 이럴 거면 국회를 해산하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온 마당이다.

이제 국회가 그 ‘오명’을 씻고 벌떡 일어설 때가 되었다.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이다. 이 두 사안은 어느 하나만 해서는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고, 밀접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선출방법과 임기 등을 정하는 개헌과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선출방법을 바꾸는 문제는, 현재 드러나 있는 양쪽의 결함들이 같이 얽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침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10월30일 조사결과가 나왔다. 개헌에 대해 국민의 64.9%가 찬성, 17.1%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현재 시급히 손보아야 할 사안과 관련해서는 권력구조 42.4%, 선거구제 41.2%를 꼽았다. 즉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현행 헌법을 손질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제가 불합리하다는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의 인구 편차 3:1 규정이 ‘헌법 불합치’라는 판정을 내림으로써 20대 총선에 적용될 국회의원 선거법을 새로 만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국회가 나서는 건 의무사항이다.

현행법상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기관은 ①대통령 ②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두 군데밖에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임에도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발의하고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못하게 돼 있으므로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을 하면 된다.

국민 다수는 왜 개헌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는 1987년 체제의 산물이다. 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쟁취해낸 대통령직선제였고, 정통성 없는 전두환 7년 정권을 끝장낸 것이었고, 다시는 집권연장을 꾀하는 대통령이 없게끔 대못을 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30년 가까이 시행해보니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이 일었고, 정책의 일관성-연속성 측면에서 ‘단임’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그리하여 ‘제왕’ 문제 해결책으로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 논의가 나오는 것이고, ‘단임’의 폐단에 대한 대안으로 4년 중임제가 거론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표성’ 측면에서 프랑스나 브라질 등이 채택하고 있는 결선투표제도 논의될 수 있다.

헌법을 논의하면서 권력구조에만 치우치면 이 역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권력구조와 더불어 헌법의 또다른 한 축인 국민의 기본권 확대에 소홀히 하면 안된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악화일로인 기본권을 바로 세워 놓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세번째)이 31일 국회 확대간부회의에서 선거 제도개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권력구조와 기본권 문제를 다루는 개헌과 함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회의원 선출방법의 혁신이다. 헌재의 결정으로 현행 선거구를 대폭(62곳) 개편하게 됐는데, 차제에 국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전면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결정적 폐해라 할 망국적 지역구도(작대기만 꽂아도 어느 지역에선 어느 당), 그리고 점차 다원화해가는 국민 의식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표(死票) 발생의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또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즉 승자독식 구조인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국민의 실제 의사와 국회의석 분포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표심의 왜곡이 심각한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을 뽑는 건지 기초단체장을 뽑는 건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선거제도는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이 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정치학자, 언론인, 법률가들이 있다. 국회가 의지를 가지고 이 전문가들에게 중차대한 과업을 맡겨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국민 여론의 광범위한 수집이 필수임은 물론이다.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제대로 해내면 19대 국회는 ‘역대 최고’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곧 ‘민생’을 바로 세우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문학진 |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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