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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의 도움을 받아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시민을 에너지농부라 부른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3년 조합원 99명으로 시작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이젠 조합원 400명을 바라본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 5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3기의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발전소 용량은 큰 것은 100㎾ 수준이며, 작은 것은 50㎾ 안팎이니 5기를 합쳐야 330㎾ 규모이고, 3기를 추가해도 580㎾ 정도이지만 조합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농사를 짓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 10여곳 있다. 전국적으로는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이 30곳에 이른다.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그 피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끔찍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작한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이고, 태양광발전이다. 비단 핵발전소로부터 나오는 방사능의 위험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위협과 심각한 미세먼지를 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서울시가 ‘태양의 도시 서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태양광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에너지 소비량의 10% 가까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전력의 95%를 다른 지역에서부터 끌어오고 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전력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핵)발전소로부터 생산된다. 발전소 주변 지역과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수반한다. 서울에서 전력 자립률을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태양광인가? 재생 가능 에너지 중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에너지원이 태양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조량은 미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태양광발전의 선두주자인 독일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또한 시민들 누구나 참여해 손쉽게 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정쟁화하는 일부 언론과 집단에서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태양광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자파 피해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화재 위험도 태양광발전과는 직접 연관성이 없다. 산림 훼손 등 일부 지역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산지태양광에 대한 가중치를 낮추고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양광에 문제가 있다면, 독일이나 네덜란드, 덴마크와 같은 유럽 선진국들이 어떻게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의 수십%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있다. 조금 더 비용을 내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방사능 공포를 감당하면서 지낼 것인가? 선택은 우리들에게 달려 있고, 그 결과는 다음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승국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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