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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함께 ‘조국 대전’이 끝났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이었다. 아니다. 첫 라운드일 뿐이다. 가을국회, 국정감사, 아니 내년 총선까지 제2, 제3의 ‘조국 라운드’는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조국에 매달려 있을 때, 유럽은 기후위기를 토론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달 태양광 요트에 몸을 맡긴 채 대서양을 건넜다. 툰베리가 2주에 걸쳐 항해한 거리는 스웨덴에서 미국 뉴욕까지 4800㎞나 됐다. 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요트로 대서양을 건넌 이유다. 

16세 소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했다. 등교 거부를 통해 기후위기를 경고한 것이다. 그의 투쟁이 알려지면서 툰베리는 단번에 기후운동의 아이콘이 됐다. 그의 영향으로 유럽에서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The Future)’이라는 기치 아래 매주 청소년 기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벨기에, 영국, 프랑스의 십대가 주축이다. 지난여름 폭염이 휩쓴 유럽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전임자보다 기후문제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은 툰베리에게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하며 연대를 표했다. 지난달 28일 요트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툰베리는 오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한다. 

‘조국 사태’에 묻혔지만 국내에서도 기후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아직 수는 많지 않지만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150개 환경·시민단체는 지난 4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했다. 이는 시민단체 차원의 첫 전국 단위 연대기구로, 곧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지난주 창립 10주년 토론회를 열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의 전략을 논의했다.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기후문제를 핵심 의제로 내건 녹색당은 이달 내내 대규모 ‘기후위기’ 캠페인에 들어간다. 지난 9일 국내 학계의 지식인·연구자 664명은 ‘기후 위기’를 선포하고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후·환경단체들에 23일 열리는 뉴욕 기후행동 정상회담은 기후재난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환경단체들은 정상회담을 전후한 20~27일을 ‘글로벌 기후파업’ 주간으로 설정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집중행동에 돌입한다. 이에 맞춰 새로 출범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1일을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이들은 정당·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날 정부와 기업에 온실가스 규제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그럼에도 정부나 기업의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3년 전 호주의 데어빈에서 처음으로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난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가 비상상태에 가세했다. 현재는 18개 국가, 960여개 지방정부로 확산됐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정부나 도시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특별조치, 예컨대 차량통행 금지 등을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앙정부는 물론 어떤 지자체도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영국 ‘기후행동추적(CAT)’은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한 한국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했다. 한국은 국가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극 빙하의 감소와 해수면 상승은 이제 과학 상식이 됐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은 개간과 산불로 훼손되고 있다. 2105m의 스웨덴 최고봉 셰브네카이세산 남봉은 빙하가 녹으면서 최근 최고 자리를 북봉(2097m)에 내주었다. 빙산인 남봉은 지구온난화로 정상이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기후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곧 인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6차 대멸종’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작게는 개인으로부터, 크게는 자본주의 문명에 이르기까지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구 생태계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 이성으로 깨닫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감성으로 느끼고 실천해야 한다. 기후행동이 미래세대의 몫일 수 없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과 함께 지구환경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기차를 사용하고 해외여행을 자제하자. 채식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침묵하는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후위기 특별법을 제정토록 해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자. 그리고 ‘기후위기 비상행동’ 대열에 동참하자.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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