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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청소년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나선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어른들의 무사안일한 태도’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철저히 자신의 일로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16세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는 전 세계 40여개 나라 청소년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영국 환경단체 ‘멸종저항’은 의회 광장과 도로, 공항과 방송사를 대규모 인원으로 점거하고 기후위기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상황이 암울하니,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건 정신 차리고, 변화하는 일뿐이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4월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레타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는 폭염, 한파, 태풍, 산불과 같은 자연재난을 일으키고 식량 부족과 대규모 난민을 만든다. 대기오염이 가중되고 전염병이 만연한다. 기후변화 취약성지수(1997~2016)를 보면 온두라스, 아이티, 미얀마,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저개발 가난한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올해 6월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 하루 만에 20억t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개썰매는 물 위를 달렸다. 불행하게도, 기후위기는 기후책임이 덜한 도시와 국가, 자연생태계를 가장 먼저 위협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 낙후된 마을과 도시, 변방의 저개발 국가, 자라나는 아이들, 길 위의 노동자, 밭일하는 농부, 열대 산호 군락지와 녹아내리는 극지 생태계에 더 가혹하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이상기온, 올여름 폭염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지난 8월14일 기상청은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낮 최고기온 35도에 육박한다는 예보였다. 녹색연합 ‘2019 폭염 시민모니터링’에 따르면, 35도라는 기상청 발표와 달리, 길 위의 건설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었다. 고용노동부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보면 폭염 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에 대하여 경계단계인 35도에서 중지를 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에게 이 지침은 무용지물이다. 온열질환 산업 재해는 계속 늘고 있는데, 피해는 옥외 작업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멸종의 임계점을 넘을 것이고, 파멸은 일시에 닥칠 것이다. 2015년 파리협약은 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는 2도가 아닌 1.5도로 억제할 것을 요청했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인간과 지구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기후위기 주범들인 선진 대국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은 오히려 무사안일하다.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2030년 5억3000만t 감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어떠한가. 파멸의 절벽에서도 탄소 몰입, 탄소 중독 사회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절망적인 고집뿐이다.

오는 9월21일 연약하고 작은 것들의 큰 연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한국에서 열린다. 기후악당은 진실을 감춘다. 그들은 나만 살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며, 심각한 기후 감수성을 외면한다. 학교에 가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아이들, 기후파업을 이끄는 노동자, 연약한 도시와 국가의 연대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이제, 기후침묵을 깨고 기후위기에 응답하자.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처럼 “큰일을 하는 데 너는 결코 작지 않아!”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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