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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확대 방침이 발표된 이후로 곳곳에서 찬반 의견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서인지,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막연한 주장을 펼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논란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내부형 공모교장과 실제로 근무했던 경험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우리 학교는 2014년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로 지정되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가 곧바로 교장이 되는 제도이다.

얼핏 생각하면 능력도 없고 경험도 없는 교사가 교장이 되어 학교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교장공모의 절차가 그렇게 허술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먼저 교장공모제 학교로 지정되려면 교사와 학부모가 모두 높은 비율로 찬성해야 한다. 교육경력 15년이 넘으면 교장자격증 소지자와 미소지자 모두 후보자가 될 수 있고, 선정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교육철학과 가치관, 학교 운영 계획 등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보자별 점수가 교육청에 보고되면 최종 검증을 거쳐 비로소 교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우리 학교에 적합한 교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교장이 학교를 알아서 잘 운영하기를 바라면서 따르기만 했다면, 교장공모제에서는 학교구성원이 심리적으로 소외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인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반면에 기존 승진제도에서는 힘든 행정업무에 대한 보상이나 단순한 변별력을 위한 가산점 등 교육의 본질과 상관없는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따야 교장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교장이 된 후에는 모르는 학교에 무작위로 발령받게 되고, 학교구성원들은 생각과 능력을 전혀 알 수 없는 교장과 덜컥 만나게 된다. 그에 비하면, 교장공모제는 학교구성원들이 교장의 능력을 훨씬 철저하게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교장공모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는 이전까지 함께 근무하던 동료 교사가 갑자기 교장이 되는 일을 겪었다. 물론 처음엔 약간의 혼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교구성원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학교 운영의 동반자로 존중하는 민주적인 교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학교의 책임자로서 교장이 가지는 법적 권한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그것을 넘어서 학교구성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인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불필요한 권위의식을 걷어내면, 교장의 진정한 권위는 교장자격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과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부형 공모교장과 함께한 지난 4년 동안 우리 학교의 문화는 민주성과 공동체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갔다. 물론 교장공모제에도 보완할 점이 있을 것이다. 공모교장은 모두 훌륭하고 기존의 교장은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여러 학교에 교장공모제가 시행되면, 학교 현장에 민주주의가 확대되어 교육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될 것으로 확신한다.

<천지용 남양주 월문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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