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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폐단을 없애려면 교장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교장은 그 폐단에 눈을 감고 있다. 단순히 눈을 감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 그 폐단을 강화하고 심화시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왜 그럴까? 교장자격증제도와 그에 연계된 교장승진제도의 필연적 귀결이다. 교장 자격증을 따기 위한 승진점수는 어떻게 쌓을 수 있나? 나에겐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데, 분명한 것은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아무런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교육에 바쳐야 할 관심과 에너지를 빼내어 다른 곳에 돌릴수록 승진점수를 쌓고 교장 자격증을 받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신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사들까지 그렇게 만들어야 그 유리한 정도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눈곱만큼에 불과하지만 교육부가 비중을 확대하려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다. 극히 작은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승진제도를 옹호하는 세력의 반발이 거세다. 그들은 교장 자격증이 교장 자격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표인 것처럼 말한다. 허황한 소리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깝다. “교장 자격증은 교육자인 교사가 교육자로서의 영혼을 상실해간 증표에 불과하다.”
지금의 교장자격증제는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의 소중함을 모욕하고 훼손하는 제도다. 다른 전문직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기괴한 제도다. 병원장이 되기 위해 의사에게 또 다른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고, 대학 총장이 되기 위해 교수에게 또 다른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경찰, 검찰, 법원 다 마찬가지다.
아주 조금에 불과하지만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교육부는 칭찬받을 만한가? 방침 하나만 보면 분명히 그러하다. 그러나 교장자격증제도와 교장승진제도 전반을 사실상 지금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하면? 칭찬은커녕 혹독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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