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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봄이 올까 싶었는데 꽃샘추위가 지나간 전국에는 진한 봄내음이 그득하다. 거리에는 벚꽃, 진달래가 봄바람에 나부끼고 밥상에는 두릅이며 쑥, 냉이 같은 봄나물 향이 물씬 퍼진다. 계절의 변화를 먼저 느끼는 농촌에도 봄이면 백색옷을 입은 배꽃과 분홍빛의 복사꽃 등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곤 한다. 많은 상춘객들이 농촌을 찾아 자연을 느끼고 체험활동을 즐기는 것을 보면 아름다운 경관이 주는 행복과 이로움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지난 3월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에 농업계의 염원인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반영되었다. 식량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경관 및 환경보전, 전통문화 계승 등 162조원에 달하는 공공재적 역할을 수행하는 농업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근래에 농업·농촌의 가치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은 물론이고 국민의 휴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으로서 쾌적한 전원 환경 제공 등으로 커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67.3%가 농촌을 ‘자연과 전원 환경이 보전되고 휴양에 도움이 되는 곳’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답변했다. 2016년 농촌체험휴양마을 방문객 수가 1000만명으로 전년보다 약 15%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도 이러한 흐름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국민들이 농업의 가치를 느끼고 스스로 농촌을 찾을 수 있도록 농촌 환경을 잘 가꾸는 일이 시급한 시점이다. 스위스도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보장하고 국가직불금으로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는 대신 경관 보전 등의 상호준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농촌은 영농 폐비닐 수거율이 66%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이에 농협은 오는 4월30일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캠페인’을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한다. 이를 통해 농촌을 농업인의 삶터이자 전 국민의 쉼터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농촌지역 클린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환경위생 전문업체와 제휴하여 팜스테이 마을을 대상으로 클린인증사업을 도입해 올해 20개 마을을 시범인증하는 등 매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농촌마을 담벼락과 건물 외벽에 벽화 그리기 사업을 활성화하고, 주민들과 함께 꽃밭 조성에도 적극 나선다. 하천 주변과 마을을 지속적으로 청소하는 한편, 축사 주변에는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냄새를 제거하고 미관도 살려나갈 계획이다.
필자는 농촌 현장에서 40여년을 보낸 농업인으로서 이제는 농업·농촌이 사회적 보호대상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 공여자로서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농촌을 국민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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