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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거의 보지 않는 내가 우연히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부모와 10대 자녀 간의 갈등을 다루는 내용이었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이끌어가는 점도 좋았지만 부모의 눈과 자녀의 눈으로 각각 차례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 사정이 이해가 되고,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또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캡쳐본 (출처 : 경향DB)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언쟁도 많아지고 불쾌한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만의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 흔히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갈 거라고 말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이해 안되는 일은 너무나 많다. 이해하며 살자는 말은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어왔지만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해하려는 시도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또다시 자신의 입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사람은 틀렸고 내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해하자는 것은 억지같이 느껴진다. 그때 필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허용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상대방을 내 입맛에 맞게 바꿀 수는 없다. 끝도 없는 시비 가리기도 의미가 없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한들 진정한 승리가 될 수도 없다. 또 한 명의 적만 더 늘어날 뿐이다.

모든 전쟁은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것에서 생겨났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폭력인 셈이다. 어른이니까, 상사니까, 학력이 좋으니까, 내 말이 맞다고 우긴다고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기는 것은 일시적인 자기 위안일 뿐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고 다름을 인정하는 삶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그런 에고와 자존심에 치중할수록 그 삶은 행복에서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틀림으로 보는 데서 틀이 생겨난다. 결국 그 틀은 자신을 가두게 된다. “논쟁이 길어질수록 그것은 쌍방 모두 틀렸다는 것을 뜻한다.”(볼테르)


김숙영 | 한국콩스버그마리타임(주) 인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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