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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메르스) 환자가 어제도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 20일 국내 첫 발생 이후 8일 만에 환자가 벌써 7명으로 늘어났다. 중동지역에 국한해서 발생하고 전파력이 낮아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던 보건당국의 설명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런 가운데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뒤 고열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한 남성이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까지 어제 확인됐다.

추가로 확인된 환자는 최초 감염 환자가 두 번째로 입원한 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최초 감염자를 치료하던 간호사다. 특히 여섯 번째 환자는 최초 감염자와 병실은 물론 화장실을 같이 쓴 것도 아니어서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것은 보건당국의 밀접 접촉자 판정 기준이나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관리에 허술한 점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뒤늦게 당국은 두 환자의 동선을 자세히 파악하고 당시 그들과 같은 병동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을 일일이 추적해 밀접 접촉 혹은 증상 발현 여부 등을 조사한다고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2명 더 발생한 2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감염 의심자가 외국으로 출국한 것은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이다.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이자 네 번째 환자의 동생이기도 한 이 40대 남성은 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첫 번째 환자가 입원한 병실에 4시간가량 머물렀다고 한다. 그 뒤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두 차례 응급실에서 진료까지 받았다. 그는 의료진의 중국 출장 취소 권유에도 불구하고 출국을 강행했다. 보건당국이 두 명이나 감염이 확인된 가족의 밀접 접촉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당국은 이 감염 의심자의 부인과 그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료진, 직장 동료, 중국행 항공기에서 주변에 앉았던 승객과 승무원 등 200여명을 찾아 밀접 접촉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최초 환자가 증상이 발현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9일간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그 결과 6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60여명이 격리되는 사태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 관리 등 사후약방문에서조차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한 군데 구멍이 날 때마다 수십, 수백명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보건당국은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을 전수 재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발 제대로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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