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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간청합니다. 군대 기강확립과 자주국방 기술개발, 병영문화 개선에 골몰해야 할 국방부 장관이 제주도민을 상대로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일을 강행하려고 해 긴급히 대통령께 진언합니다.

제주도민들은 강정마을에서 제2의 4·3 비극과 희생이 되풀이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건립되고 있는 해군 관사 추진을 위해 국방부 장관이 나서면서 공포와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군인과 경찰도 아닌 1억원대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만드는 시설철거용역 100명과 육지 경찰 등 1000명을 앞세워 강제 집행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이번 강정마을 주민 행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은 득보다 실이 많은 대표적 국정 불찰과 국민 위협, 국력 낭비로 기록될 것입니다.

첫째, 마을 한복판에 군 관사를 건립하고 존치하는 일은 끝끝내 대형 민원 사안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왜냐면 국민과 군대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매일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피곤한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즉시 군 관사를 마을 밖 부지를 구해 마련하는 게 사태해결의 출발입니다.

둘째, 필요하다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시한 해결책을 즉시 수용함으로써 현안을 해결하는 게 정답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해군 참모차장에게 마을 밖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국방부 장관 명의의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날린 기습작전식 국방행정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8% 마을주민들을 백안시하고, 적대시하는 관료주의의 경직성과 비합리성을 배척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점점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셋째, 마을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군 관사를 마을에 짓지 않겠다고 공언한 해군 참모총장의 약속을 이행하도록 대통령께서 이번 행정대집행 강행을 말려 주셔야 합니다. 마을주민들의 믿음을 상실한 사회적 자본의 부재 상태에서 민군복합항 신설과 운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만약 절대다수 마을주민들과 관계 개선이 없다면 이 해군기지, 이 해군 항구, 말뿐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한낱 무용지물이요 불용시설이며 국민기만 전시장이 되고 말 것입니다.

넷째, 갈등과 대립을 자초하고 있는 마을안 군 관사 건립의 부당함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예컨대 해군은 공청회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관사 규모를 축소 고시하는 편법을 자행했습니다. 이런 꼼수를 마을주민들이 모를 턱이 없습니다.

해군기지 공사로 파괴된 제주 강정마을 구렁비 바위 해안 (출처 : 경향DB)


다섯째,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회의 예산심의 결과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분란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 주무부처는 필요한 군 관사 건축 예산을 직접 전하지 않고, ‘수시예산’으로 처리토록 조치한 것입니다. 이것은 사업추진을 하는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특별도와의 사전 협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는 행정부, 국방부, 해군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마저 무시하면서 국민의 믿음과 협력을 얻을 수 있는 국방과 안보는 이 땅과 바다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제주 바다는 갈등과 대립, 반목의 바다가 아니어야 합니다. 제주 바다는 태평양으로 열려 있는 평화의 바다, 공존의 공간, 상생의 해상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웃나라들과 군비 경쟁하며 대치하는 긴장의 바다를 조성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중앙정부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지 꼬박 5년을 맞는 지금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은 역사 퇴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이 나서서 말려 주어야 합니다. 권력이 선심을 쓸 때 유권자는 편안한 법입니다.


허상수 |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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